公職 망치는 적당주의

“본인은 공직자로서 긍지와 보람을 갖고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신명을 바칠 것을 다짐하면서 다음과 같이 선서합니다.” 공무원이 임용될 때 하는 선서다. 그러나 요즘 공직사회의 행태는 선서 내용과는 판이한 기류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대부분이 아닌 일부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수는 있지만 기강이 느슨해지고 보신주의·무사안일주의가 파고들어 정년퇴임 때까지 징계 없이 공직생활을 끝내면 된다는 사명감과 창의력이 결여된 사고방식이 공직사회는 물론 지역사회를 멍들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구조적인 모순에서 찾을 수 있다.

일하지 않으면 징계가 없고 열심히 일을 찾아서 하는 공무원은 징계사유가 하나둘씩 끼다 보니 일을 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공무원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에 대한 예우로 감사에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공무원 죽이기 감사로 일관하는 감사기관에서도 일말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같은 건을 놓고 감사기관마다 중복 감사로 징계사유만 늘어 소신을 갖고 일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공직사회 행태가 일로 능력을 인정받기보다는 실력이 없어도 윗사람한테만 잘 보이면 된다는 적당주의·아첨주의로 이어져 일하는 공무원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비능률 조직의 구성원이 이 시대의 공무원상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주의 중에서도 지역주의가 생겨나고 시장이 바뀌었다고 서열도 모두 바뀌는 이 시점에 사무관으로 진급하려면 각국의 주무계장만이 1등으로 점수를 주는 시대는 이제 없애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주무계장을 못 가면 진급할 수 있는 서열 축에도 못 끼는 현 시대의 모습이다.

이제는 공무원사회에 주무계장이 아닌 다른 자리라도 있으면서 진짜로 일하는 공무원들이 있어야 지역경제도 살면서 공직사회가 바로 설 것을 기대된다.

어느 시장의 말처럼 “공직사회에 일로써 자신이 없으면 공무원을 포기하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 그런 세태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