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짰다. 황정민이 주연으로 나온 ‘국제시장’ 얘기다.

한국전쟁이 한창인 흥남부두에서 1·4후퇴로 피난을 떠나는 덕수(황정민 분)가 아버지와 여동생 막순이를 잃고 부산에 정착한 후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장면이 그려진다.

청년이 된 덕수는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파독 광부로, 또 전쟁이 진행 중인 베트남으로 떠났다. 우리네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에 도저히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었다. 남의 얘기가 아닌 우리들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또 70년대에는 중동 붐이 일면서 많은 주변인들이 사우디아라비아나 리비아 등으로 떠났다. 햇볕에 살만 닿아도 바로 익을 것 같은 50℃를 넘나드는 날씨와 눈도 뜨기 어려운 모래바람을 뚫고 외화벌이에 나섰다.

 요즘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몸서리치는 분들이 꽤 있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펜이나 돌리는 사무직이 아니라 사막에서 도시를 짓고, 송수관을 깔았던 분들이다. 그렇게 현장에 있던 그들에게 중동 붐은 좋은 기억이 아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최근 열린 ‘제7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한 말이 화제다.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진출을 해 보라”며 청년들의 중동 진출을 권유했다. 덧붙여 “이것이 바로 하늘의 메시지”라고까지 말했다. 중동을 다녀온 직후라 중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탓일 게다.

과거 이명박정부도 제2의 중동 붐을 강조하면서 청년들의 중동 취업을 강조했으나 2013년과 2014년 사이 UAE에 취업한 한국인은 고작 80명뿐이라고 한다.

얼마 전 다녀온 중동은 그리 녹록한 곳이 아니다. 우리 청년들이 그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곳에서 본 외국인들은 대부분 인도나 파키스탄 등에서 저임금에 고용된 사람들로 알려졌다.

그나마도 영어가 기본으로 소통돼야 한다. 우리 청년들이 외국 유학이나 어학연수 등 온갖 스펙을 장착한 후 기껏 70만~80만 원짜리 임금을 받으러 중동에 진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청년들의 중동 진출이 ‘하늘의 메시지’가 되려면 먼저 정확한 정보와 현실을 알려 주는 게 먼저다. 청년일자리 해결이라는 고차방정식을 푸는 데 중동이 정답일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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