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세계의 시간은 단 1초의 지체도 없이 흘러간다. 간절히 되돌리고 싶은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지만, 그 누구도 절대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영화의 세계는 다르다.

타임머신이라는 미래형 기구를 타고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특정 시간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도돌이표의 시간 속에 갇혀 버린 주인공을 다룬 영화들도 있다.

후자의 경우 반복되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극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미 살았던 어제를 다시 살게 되는 주인공들은 데자뷔 현상을 경험하는 자신의 상태에 당혹감을 느끼지만, 사태를 파악한 후에는 반복되는 시간을 변주해 가며 동일한 시간 속에서 색다른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사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가치를 깨닫는 과정을 끝으로 반복된 시간의 사슬 밖으로 빠져나온다. 오늘 소개하는 ‘이프 온리(If only)’는 반복되는 시간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알아가는 로맨스 장르의 작품이다.

사만다와 이언은 3년째 연애 중이다. 모든 일에 남자친구가 일순위인 사만다와 달리, 이언에게 사랑의 감정은 언제나 비즈니스 다음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두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오늘’ 하루가 시작됐다. 이언에게 오늘은 중요한 투자설명회가 있는 날로 회사와 그의 명성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하루였다.

사만다가 손꼽아 기다린 오늘은 그녀의 졸업연주회가 있는 날이다. 그러나 이언은 사만다의 졸업발표회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결국 운이 없는 날이었는지 이언의 비즈니스 미팅도, 사만다의 졸업발표회도 기분 좋게 마무리되지 못했다.

사랑과 연애에 대한 견해 차이로 말다툼을 벌인 이들은 각자의 집으로 향하던 중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응급실로 급히 이송된 사만다. 그러나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이언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사만다의 허망한 죽음으로 끝나는 듯 보였다.

찢어질 듯 아픈 가슴으로 눈을 뜬 아침, 이언 곁에는 예전과 다름없이 사만다도 함께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 꿈인 것일까, 아니면 그녀는 유령일까! 그도 아니라면 어제의 끔찍했던 시간이 꿈이었던 것일까? 혼란스러운 이언 앞에 시간은 어제로 되돌려져 있었었다. 반복된 오늘을 사는 이들은 비극적 운명을 비껴 갈 수 있을까?

2004년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이프 온리’는 젊은 관객들의 지지와 사랑으로 2009년 재개봉을 통해 다시 국내 관객을 만난 작품이다.

이처럼 두 차례에 걸친 재개봉에도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이야기가 주는 공감에 있을 것이다. 지난 일에 대한 후회나 미련이 없는 사람은 없다.

영화처럼 시간을 되돌려 새로운 선택을 하거나 새 삶을 살아가는 마법 같은 일들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지만, 지난날에 대한 반성은 우리를 더 나은 내일로 이끈다.

같은 일에 대한 후회는 한 번이면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일에 대한 실수와 아쉬움은 언제라도 망각의 강을 지나 우리 곁으로 다가와 기시감 같은 반복을 거듭하곤 한다. 그러나 후회를 통한 작은 깨달음만으로도 우리의 오늘은 어제보다 희망차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