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명절 연휴, 파일럿으로 첫 방송됐던 ‘복면가왕’이 정규 편성으로 돌아왔다.

이 프로그램은 사실 처음엔 꽤 논란이 많았다. 가면을 쓰고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노래의 승자를 찾는다는 형식은 케이블 티브이에서 인기를 누렸던 ‘보이스 코리아’와 유사하다. 듀엣 중 한 명을 선택한다는 형식 또한 그랬으며, 전반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과 ‘나는 가수다’와 같은 경연 프로그램을 짜깁기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섹시 아이돌 그룹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EXID의 리드보컬 솔지가 소위 ‘가왕’의 타이틀을 얻으며 숱한 화제를 낳았다. ‘섹시 아이돌 그룹은 노래를 못한다’는 편견을 깨기도.

어찌됐던 복면가왕은 때때로 재미와 감동을 전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이 아쉬운 점은 지난 19일 방송에서 극명하게 부각됐다.

1차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신 가수 지나는 인터뷰에서 프로그램에 나온 이유에 대해 “사실 내 목소리를 듣고 누군가 알아줬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 말은 그녀가 탈락 확정 후 왜 그렇게 눈물을 흘렸는지 알 수 있게 해 준 대목이다.

이와는 다르게 몇몇 가수들은 탈락 후 ‘알아 들을까봐 키를 낮췄다’, ‘일부러 다른 창법을 썼다’ 등등의 변을 늘어놓았다. 의도적인 연출이라도 납득하기 힘들다. 다른 기법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복면이라는 단어 자체는 상황에 따라 여러 의미를 갖는다.

복면가왕에서 복면이라는 ‘장치’는 이미 재미를 확보한 상태. 여기에 감동까지 잡기 위해서는 지나처럼 진심을 다 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 사회는 얼굴에 복면을 쓰고도 진심을 다해 감동을 전하는 사람이 있다. 또 마음 속 복면을 뒤집어 쓴 채 얼굴을 뻔뻔히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원하는 복면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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