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호일보 DB
질식사고로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천 SK하이닉스<본보 5월 1일자 18면 보도> 사고 현장에 산소농도 측정 같은 기본적인 안전점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현장을 수사 중인 이천경찰서는 3일 작업자들이 숨진 공장 내 배기덕트에 대한 산소농도 측정이 이뤄졌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배기덕트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유해가스를 뽑아내 질소와 LNG(액화천연가스)를 넣어 태운 뒤 배출시키는 관로다.

노동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이 공장 배기덕트(바닥면적 5㎡, 깊이 3m) 안에서 작업을 하던 인부 3명이 숨지고 4명이 유해가스에 노출돼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현재 사고 현장에 산소농도 측정기가 없었고, 작업자들조차 작업 전 산소농도를 측정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고 현장에서 산소농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공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당시 상황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과학수사팀, 국과수, 이천소방서, 가스안전공사 등과 합동으로 사흘째 현장을 감식했다. 감식은 경찰이 SK하이닉스로부터 넘겨받은 설계도면을 토대로 시공이 설계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경찰은 또 전날 SK하이닉스 관계자 1명과 협력업체 대표, 부상자 4명 등 6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이날 SK하이닉스 측 안전관리자를 소환해 조사했다.

부검의는 앞서 사망자 3명의 사인에 대해 “안구에 울혈점이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사인은 질식사”라는 소견을 냈다.

경찰은 관련자와 참고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고 책임자 범위를 결정한 뒤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이천 SK하이닉스공장에서는 지난 3월에도 절연제 용도로 쓰이는 지르코늄옥사이드 가스가 누출돼 13명이 경상을 입었으며, 지난해 7월에는 D램 반도체 공정라인에서 이산화규소 가스가 누출돼 작업자 2명이 병원 치료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사고까지 최근 1년 새 이 공장에서만 가스 누출 등의 안전사고로 3명이 죽고, 19명이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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