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보는 학생들이 250명이나 되는데 시험감독은 조교 한 명뿐이었다. 이런 상황에 교실 뒤편에 앉았던 일부 학생들은 급우들의 답안지를 커닝하는 것도 모자라 버젓이 교재를 꺼내 보면서 답안을 작성하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들의 휴대전화를 열어 인터넷으로 답안 사냥(?)까지 했다.”

서울대가 지난달 30일 오후 치른 철학과 개설 교양과목 ‘성의 철학과 성윤리’ 중간고사에서 일부 학생들이 집단 커닝을 저질렀다며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글의 핵심 내용이다.

이 글은 게시된 지 불과 하루 만에 조회 수 6천700여 건을 넘기며 많은 관심을 끌어 우리나라 최고 명문 서울대가 그야말로 세계적으로 망신살을 사야만 할 처지로 추락시켰다.

이번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해당 수업의 강사는 “부정행위를 했던 학생들도 내게는 소중한 제자이니 두려워하지 말고 시험지를 고치는 것이 여러분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이며, 제대로 시험을 본 학우들에게 가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며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은 마스크를 쓰고 강의실에 들어와 재시험을 치르자”는 공지를 올렸다.

여기에 해당 학과장은 오히려 “학생들이 스트레스가 많고 학점에 부담을 느끼다 보니 생긴 일이라 보이며, 학생들 사이에서 시정 움직임도 있다”며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며,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해 중지를 모으고 있다”고 한술을 더 떠 불섶에 기름까지 부었다.

이에 대해 서울대 학생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상아탑 서울대에서 빚어진 학생들의 사상 초유의 집단 시험 부정행위를 철저하게 조사해 해당 학생들을 반드시 엄중 문책하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부정행위자들에게 재시험을 치르라고 하는 해당 강사의 조치는 너무 수준 높은 양심을 기대한 것”이라며 벌써부터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결국 학교 측이 7일 전면적인 진상조사에 나서며 이를 철저하게 조사한 뒤 처분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활활 타오른 불길을 잡기가 여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진리는 나의 빛’이란 서울대의 교호가 정말 무색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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