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당(義善堂)에 대한 궁금증을 보내 주신 분들이 많아 보다 자세한 설명을 해 드릴까 합니다. 한마디로 그곳은 차이나타운의 제당(祭堂)입니다.

화교들이 섬기는 제신들에게 제의를 지내는 곳이지요. 출발은 100여 년 전 이곳을 무대로 했던 무역업자들이 모금해 지은 것인데, 건물에 쓰인 기와 주춧돌 목재 등은 고향인 산둥에서 운반해 온 것으로 중국 북방의 사묘(寺廟)처럼 불교와 도교, 민간신앙 등의 여러 신들을 모셨습니다.

의선당 정전 중앙에 좌정한 관음(觀音)보살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기도를 들어주는 존재입니다. 특히 집안의 태평과 어린이를 보호해 주는 신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곳의 관음상은 하얀 옷에 합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며, 불상 아래에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 두고 있습니다.

두 개의 관음상 주변에는 조롱박이 세워져 있습니다. 조롱박은 자손의 번창을 상징하며 도교에서는 신선이 선약이 들어있는 호로를 갖고 다니면서 병을 치료해 준다고 여기지요.

도교팔선 가운데 이철괴가 항상 몸에 지니고 있는 물건이기도 하지요. 박 덩굴이 뻗어나가는 모양은 오래 살고 자손만대에 걸쳐 번성하는 의미도 갖습니다.

그 좌우에 있는 관공(관우), 용왕 역시 기도의 대상입니다. 관우는 아시다시피 무장으로 붉은 얼굴에 긴 수염, 붉은 포를 입고 손에는 홀기를 들고 있어 공로를 세운 장수임을 나타내고 있고, 청룡언월도가 세워져 있으며 앞에는 꽃과 향로, 초가 놓여져 있습니다.

관우상 주변에는 꽃과 용, 팔괘 등의 길상물이 장식돼 있지요. 5월 13일은 관우의 생일로 잔치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한편, 용왕은 왕관을 쓰고 붉은 얼굴에 검은 수염을 달고 있으며 용 문양이 들어간 홀기를 잡고 있는데, 좌우에 보좌하는 관리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 관리는 호리병을 들고 있고 다른 관리는 원보(元寶)를 들고 있습니다. 무병장수와 재복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용은 전설상의 동물이지만 일상생활과 가까운 존재입니다. 화교들은 용춤을 추고 용의 동작을 따서 무술을 만들고 수많은 음식에도 용자를 붙여 효능을 과시합니다. 까닭은 잡귀를 쫓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그들은 용 그림을 붙이거나 용이 들어간 입춘첩을 붙였지요. 매년 2월 2일이면 용이 머리를 든다고 여겨 길일로 삼기도 합니다.

그리고 양쪽 가장자리에는 마조와 호삼태야(胡三太爺)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마조신앙은 몰래 남방지역의 해신(海神)에서 비롯됐습니다. 마조는 조모(祖母)라는 뜻인데 명칭은 해신천비, 남해천비, 천상성모 등 다양합니다. 어업과 해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마조의 도움으로 무사히 항해하기를 기원하는 대상입니다.

호삼태야는 가내 평안과 사업 번창을 비는 대상입니다. 용포를 입고 관리의 모자를 쓰고 있으며 목에는 염주를 걸고 있지요. 이 호삼태야의 호는 여우의 호(狐)에서 왔습니다.

 중국에서 여우는 오래전부터 민간에서 광범위하게 섬기는 대상이었으며, 재앙을 물리치고 평안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인식돼 왔습니다. 이 밖에도 의선당에는 재물신, 약왕 등의 제신이 모셔져 질병을 없애고 건강을 비는 대상입니다.

이렇듯 의선당은 고국을 떠나 멀리 해외에서 거주하는 화교들이 공동체 문화와 종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무병장수, 사업 번창, 가내 평안 등의 인간적 소망을 담고 있어 그들에게 소중한 공소인 것입니다.

공동체의 안녕과 번영, 개인의 안위와 평안을 비는 것은 유독 화교들만의 바람이 아닐테지요. 인천의 차이나타운은 청국인(화교)들만의 공간으로 시작됐으나 이제는 지역의 문화자산이며 문화 창달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도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는 폐쇄적인 국적(國籍)정책과 외국인 관리정책으로 화교들을 고립된 삶으로 밀어 버렸다가 이제 관광지로서의 기능을 강조해 주거·문화·상업공간으로 다양하게 발전시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요즘 차이나타운의 변모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차이나타운의 의선당은 우리의 문화 인프라와 자원, 독특한 장소적 자산의 성격을 적절히 활용해 관광명소로 키울 뿐만 아니라 한중 문화 교류의 거점으로 확고한 위치를 부여하면 어떨까요. 이런 의미에서 의선당에 대한 관심이 보다 성숙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운영되는 지역민참여보도사업의 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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