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20대에도 하지 않았던 배낭여행을 떠났다. 말 그대로 정말 배낭 하나만을 등에 멘 채 프랑스와 스위스·이탈리아를 한 달여에 걸쳐 돌았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장정(?)에 오른 배낭여행이었지만 출발 전 설렘은 그때까지 여행 중 가장 컸다.

특히 프랑스 파리에 대한 기대감은 다른 두 나라보다 각별했다. 생애 첫 배낭여행의 첫 행선지인데다가 어렸을 적 들었던 기타리스트 게리 무어의 ‘파리지엥 워크 웨이’란 곡 때문에 파리에 대한 일종의 환상(?) 같은 것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낭만, 이 한 단어만이 머릿속에 가득 찬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이 환상은 오래 가지 않았다.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탄 뒤 파리 중심가 중 하나인 ‘오페라 극장’에 내려 바라본 파리의 풍경은 뭔가 이상했다.

영국이나 오스트리아·체코·네덜란드 등 이미 다른 유럽 국가를 다녀본 경험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유럽 각 나라마다 고유의 색깔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런 게 없었다. 여기가 파리인지, 프랑스인지 구분조차 힘든 그냥 그런 분위기였다.

여기에 2월이란 날씨는 센강에서 불어오는 칼바람 때문에 한겨울보다 더욱 춥게 느껴졌다. 에펠탑과 개선문 등을 보고 난 뒤에야 ‘아, 여기가 프랑스 파리구나’란 생각을 했고, 이 둘 외에는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해 결국 프랑스의 일정을 즉흥적으로 줄여 스위스로 이동했다.

그리고 바로 엊그제, 다시 파리를 찾았다. 일과 연관돼 찾았지만 내심 2년 전의 무의미함을 보상받고 싶었다.

5월이란 날씨(일교차는 크다)는 우리(후배 기자와 함께 떠난 출장이었다)를 반기듯 화창했고, 정말 열심히 돌아다녔다. 여전했던 것은 소매치기와 야바위 등 어두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센강에 앉아 와인도 마셔 보고, 자전거로 파리 시내를 돌아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파리는 낭만과 혼돈이 공존하는 도시다. 어찌 보면 낭만과 혼돈의 공존은 우리네 인생이기 때문에 일탈 혹은 힐링을 꿈꾸는 여행에서 그러한 현실을 직면했을 때 처음에는 약간의 거부감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있는 그대로를 보려 했던 이번 파리는 2년 전의 보상이 아니라 새로운 파리로 다가왔다. 유럽 국가를 한 번도 가 보지 않았다면 무조건 파리 먼저 가 보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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