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 먹는 일이 자주 생긴다. 슬하를 떠난 아이들은 자기 인생에 바쁘고 사 먹는 밥이 잦아지니 집밥에 대한 향수병이 생긴다.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어 본 지인들에게 솜씨 있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어느 때부터 흥미를 잃었다.

맛있게 먹어줄 식구들이 하나둘 줄고, 단출한 식구에 단출한 식단이 편한가 싶었는데 도리어 분주했던 그 시절이 참 좋았단 생각이 든다.

이상하다. 음식만큼은 혼자 먹자고 맛깔나게 조리하지 않게 된다. 누군가 먹을 사람이 있어야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도, 손이 많이 가도 맛있게 먹어줄 사람을 생각하면 신이 나서 정성이 들어가게 된다. 핵가족이 더 쪼개져 1인이나 2인가족이 대세라고 한다.

1인가구 수는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라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식당에서도 혼자 오는 손님 유치를 위해 1인 식단표와 자리를 만들어 매출 증대를 하고 있다 한다.

아직은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이 불편하다. 무리로 사는 습관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주변 시선에 신경이 쓰여 혼자 온 이유를 변명하게 된다. 혼자만의 자유를 즐길 날이 언제쯤이면 가능할까.

소셜 다이닝 ‘집밥 모임’이라는 것이 있다기에 관심이 생겼다. 집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일면식 없는 사람 집 식탁에 둘러앉아 집주인이 만든 밥을 먹으면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전통적인 가족의 일상이 더 이상 일상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가족끼리 둘러앉아 먹는 편안한 식사에 대한 향수를 찾아주는 모임이 필요하게 된 세상이다.

간편과 편리와 합리적이다는 말이 불필요한 과정을 잘라내 고능률의 성과를 이뤄낸다는 21세기 경영마인드가 아이러니하게도, 옳소 지당하신 말씀으로만 숭배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배부름과 가슴으로 느끼는 만족과 안정의 포만감은 동일이 아니다. 그래서 효율 강조보다는 감성을 잘 보듬어야 안정이 된다.

모모 여사님의 집밥 모임에 참석했다. 다행히 음식 만드는 즐거움을 여태 지니고 있어서 장맛 좋은 두부된장찌개와 마늘종 장아찌, 담백한 갈치구이, 된장으로 무친 산나물, 된장과 멸치를 넣고 볶은 묵은지, 상추겉절이, 열무 물김치와 배추김치가 전부다.

 특별식이 있는 식탁은 아니지만 구수한 장맛에 갓 지은 고슬한 밥 한 그릇으로 참석자들은 행복한 만찬을 나눴다. 4인용 식탁에 의자 둘을 더 붙이고 앉아서 6명이 먹은 늦은 저녁은 그냥 한 끼가 아니라 푸근한 엄마의 정성에 흠뻑 취한 저녁이었다.

나를 포함한 3명은 아는 사이고 모르는 3명의 타인도 거부감 없이 동석으로 자리 잡고 서로 사는 일의 일상을 보여 줬다. 체면이나 자격지심, 뒷담화 걱정이 없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맛깔스러운 저녁 식탁처럼 편하고 다정했다.

 지속적인 모임을 약속하지도, 일회성으로 털고 가지도, 어느 쪽도 약속이 없이 오늘 저녁밥을 함께 먹는 말 그대로 식구로 한 끼를 공유한 식탁동맹이다.

개인의 사생활 존중과 배려를 서로 인정해 주는 어찌 보면 대단히 개인적인 형태의 모임일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집밥에 대한 향수를 치유하는 처방으로 선택한 집밥 모임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집밥 그리운 사람 누구나 오세요. 계획을 세우고 점검해야 부를 수 있을 것 같아 아직은 엄두가 나지 않지만 조만간 편하게 격식 차리지 말고 시도해 볼 참이다. 숟가락 몇 개 더 놓으면 돼요. 제철 재료로 내 식구 먹을 거라 생각하고 만든 반찬에 밥만 조금 더 하면 돼요. 부담 없이 오세요.

“밥 먹으러 오세요.” 가까운 지인 부부가 종종 불러준다. 따로 만날 때는 허물없지만 그 가족의 식사에 끼는 것이 처음에는 불편했다. 그리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고 재치있는 입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차려준 식탁에서 밥만 먹기가 부담이 돼 핑계를 대곤 했었다.

“차린 식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되는데 무슨 부담을 가져요.” 그 부부의 유난한 초대가 고맙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스스럼없고 편하게 집밥 먹을 수 있게 무심한 듯 신경쓰지 않게끔 배려해 주는 한 끼 식사가 당연히 맛있다. 배부르고 맛있게 받은 경험을 나눠 줄 날들이 많아지도록 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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