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겸 기획본부장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의학과 심리학, 사회학 같은 학문적 분야, 정책 조율, 조정, 표현 문제, 시스템 관리, 신뢰 문제 등등 한순간 내가 본 세상이 며칠 만에 완연하게 달라진 것 같고 최근 미생 다음으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 어느 만화 대사에도 나타나듯 “서 있는 자리만 바꿔도 세상이 달라 보이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라는 의미 등등 아무튼 메르스 사태로 인해 두루 많은 것을 한꺼번에 생각해 본 그런 한 주였다.

우리나라 최고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책에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말해 봐 잊어 줄 테니(Tell me and I will forget), 보여 줘 봐 기억해 줄 테니(Show me and I may remember), 감동시켜 봐 이해해 줄 테니(Involve me and I will understand)라는 표현이다.

이것은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을 영어로 본인이 직접 번역해 올렸다는데, 소통과 메시지 전달 방식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생각게 하는 그런 내용으로 다가왔다. 옳은 이야기를 해도 귀를 닫게 만드는 표현 방식은 결코 제대로 된 시선이 아니라는 그런 의미로 해석된다.

그냥 느끼고 행동하고 반응할 수밖에 없는 요즈음의 생활에서 나는 이 광고 천재의 말이 내내 뇌리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더불어 모두 자기 이야기만을 할 때 WYSTI(What You See is All there is)라는 용어 즉, 당신이 보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는 이 뜻을 항상 생각게 된다. 그러면서 내가 보는 세상은 얼마만큼의 깊이로 남기고 말하며 들어주는 스펙트럼으로 나를 이끌어 가고 있는지? 생각이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하며 공감적인가? 사고를 전환해서 다른 세계를 개척하려고 하는지? 다른 각도에서의 시각은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등등 부쩍 염려와 세상 보는 눈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스스로 안타까움을 주변에 나타내며 지내고 있는 요즈음의 내 일상이다.

처음부터 메르스(MERS)라는 표현보다 그냥 ‘사우디 감기’라고 표현했으면 어떤 반응이었을까? 심리적 재무제표는 왜 생각을 안 하는 것일까? 좀 더 효율적 이익공간으로 갈 수 있는 여러 상황, 보는 눈, 대응 전략이 뒤따랐을 터인데 그런 시각의 문제가 나중에라도 반드시 이야기돼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이러한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언제 어떻게 다시 겪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 경우 직장생활에서 승진을 하게 되면 항상 자신에게 물어봤다. 네가 보는 세상이 정말로 네가 뛰어놀 공간 전부인가라고 자문하면서 다르게 생각하기를 수용토록 스스로에게 몇 번씩 다짐하며 노력해도 결국 지나면 제한된 편견과 고정관념에 매몰돼 내 판단만이 옳고 내 결정만이 바르다고 여기며 이어온 것이다.

과거 성공 방식에 안주했고, 너무 많은 것을 원했으며, 너무 성급하게 이루려 했던 부분들이 파편처럼 흩어지곤 했다. 좀 더 다른 세상을 보기 위해 절정에서 조금만 비켜나 있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면서도 실천이 안 된 그런 부분으로 지금껏 남아 있다는 것이다.

메리 파커 플렛의 “목적은 과정에서 전개되고 반영돼야 한다”는 말을 되새기지 않더라도 내가 보는 것이 세상의 전부일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의 말, 방송을 통한 언론의 주장은 강압이 아니라 안내 기능이 탑재돼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내가 본 세상에만 갇혀 그것이 모두라고 아무리 외쳐도 주변 사람 누구 하나 동의하고 공감해 주지 않으면 결국 내가 보는 세상만 인정해 달라는 어리광일 뿐이라는 것이다. 내가 보는 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다시 한 번 나를 흔들어 일깨워야 할 요즈음이다. 하루빨리 메르스의 공포에서 벗어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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