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호 수원남부경찰서 생활안전계 경장

 지난 4월 14일 오후 11시 55분 수원남부경찰서 곡선지구대에 한 남성이 택시기사를 데리고 들어와서 근무 중이던 경찰관들을 향해 다짜고짜 큰소리로 “야, 여기 블랙박스 확인해 봐”라고 소리를 쳤다. 경찰관들은 무슨 일인지 물었으나 이 남성은 욕설과 함께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 이 ○○들아!”라며 막무가내였고, 누가 봐도 만취한 상태였다.

택시기사를 통해 사안을 청취하고 블랙박스를 확인했으나 사건화될 만한 일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관들은 둘을 모두 귀가시키려 했으나 이 남성은 더욱 흥분해 소리를 지르며 20분가량을 계속해 행패를 부렸다.

 결국 경찰관들은 이 남성을 관공서주취소란(경범죄처벌법)으로 입건했고, 경찰서로 인계된 후 결국 유치장 신세까지 지게 됐다. 끝까지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고 소란을 이어가 형사들도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2013년 경범죄처벌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관공서주취소란은 혐의가 인정되면 체포가 가능하고, 위 사례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유치장에 입감될 수도 있는 엄연한 범죄다. 4일이 지나서 이 남성은 자신이 행패를 부렸던 지구대를 다시 찾아와 경찰관들에게 용서를 빌면서 눈물을 흘렸다.

사연인즉, 그날 범행을 저지르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그제야 유치장인 것을 알게 됐고, 결국 오전이 다 지난 낮에야 조사를 마치고 출근했다.

 이 남성은 이 일로 인해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게 됐고, 가족에게도 큰 실망을 남기게 됐던 것이다. 지구대에 찾아와 자신의 사건을 없던 것으로 해 달라며 울면서 부탁했으나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직장과 가정에서의 책임이 막중한 41세에 겪게 된 한 남성의 큰 시련에 안타까움이 컸다.

경찰관서는 경찰관들이 일하는 직장이기 이전에 선량한 시민들을 지켜주고 범죄자들을 검거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장소다.

이곳의 평온이 깨진다는 것은 국민의 안전이 흔들린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고, 경찰의 공권력을 경시하는 풍조가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가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잘못된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눈감았던 행위들을 바로잡아야 할 때다. 국가의 위상은 국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의 행동과 인식으로 만들어 내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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