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하면 흔히 빌려 쓴 것을 남에게 갚아야 할 돈이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갚아야 할 빚이 꼭 돈뿐일까?

얼마 전 만난 한 노스님은 주고받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갚아야 할 빚으로 특히 사랑과 은혜, 원수와 증오도 분명히 갚아야 할 빚이라고 말씀하신다.

사랑은 마냥 주고받고 싶은 것이기에 분명 빚이라는 것. 증오 역시 빚이지만 증오는 증오로 갚을 수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꼭 갚아야하는 속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증오라는 빚을 갚는다면 원한과 고통만 가중돼 지속적으로 번식하기에 독균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또한 은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엇으로든 어떻게든 갚고자 하기 때문에 빚이라는 것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원수 역시 우리 옛말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속담이 있듯이 꼭 갚아야 하는 빚이다.

원수는 우리들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원수는 꼭 원수로 갚으려고 한다. 하지만 원수를 원수로 갚는다면 피를 피로 씻으려는 것과 같다. 과연 피로 피를 씻을 수 있을까.

결국 피는 물로 씻어야 한다. 피를 물로 씻을 수 있는 방법은 용서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용서를 하면 물로 피를 씻는 것과 같이 깨끗히 지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전 어느 스님도 내게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사고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앞지르기로 내가 놀라더라도 상대 운전자에게 욕을 하지 말고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라. 특히 아주 나쁜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 누구도 탓하지 말고 감사하고 고마워 할 줄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

우리 모두 두 분 스님의 가르침처럼 감사하고 고마워 하는 마음으로 사랑과 은혜, 증오와 원수의 빚을 제대로 갚아 ‘빚’자에 점(·)하나 찍어 빚진 인생이 아닌 빛난 인생을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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