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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엽 (사)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겸 기획본부장
극중 무명가수 키이라 나이틀리와 빈털털이 음반제작자 마크 러팔로, 마룬 파이브의 애덤 리바인이 나오는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음반을 제작할 비용과 장소(스튜디오)가 없어 자동차와 아이들이 뛰어 노는 소음 가득한 골목길 녹음을 계획하며 “뭐든 저질러야 마법이 일어나거든…”이라는 멋진 대사를 남긴다.

요즈음 전국이 목이 탄다. 태풍도 올라오고 비가 잠깐 오기도 했지만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가뭄은 자연 현상에 대한 힘을 그대로 느끼게 만든다.

옛날 고려시대에는 비가 오지 않으면 흙으로 용을 만들어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비가 너무 안 오니 흙으로라도 용을 만들어 비를 내리도록 그렇게 용신(龍神)에게 빌었다는 것이다. 일종의 기우제 같은 과학적 검증절차도 없고, 할 수도 없지만 흔히 하는 말로 그 무엇인가는 했어야 했다.

 목적을 가지고 의도를 찾아, 누가 뭐라고 하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 보다는 그래도 무엇인가는 의미를 찾고, 실천하는 일이야말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조그만 단초라도 제공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우리 연구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촌천정화’운동을 스케치하자면 토요일 오전 일단의 고교생들과 어머니들이 나타난다. 이 행사에 동참하는 또 다른 그룹 장애인들도 불편하지만 활기찬 모습으로 시간에 맞추어 속속 모여 든다.

공촌천 그 주변을 깨끗이 하고자 그렇게 모여서 휴지와 오물, 쓰레기를 줍고 주변을 정화하는 그러한 직접 체험을 통해 학생들은 인성을, 어머니는 봉사정신에 대한 실천철학, 불편에 익숙해진 장애인들도 나름대로 사회공헌에 대한 목적 있는 길을 가꿔가고 있는 모습이다.

얼마 전 DBR에 게재된 목적경영(Goal-driven)이란 테마를 보면, ‘목적을 밝히고 실천하면 성공할 수밖에 없다’라는 내용이 목적경영의 이론적 프레임워크라는 그림으로 소개된다. 기업경영에 관한 이야기지만 자기관리, 자기경영이 필요한 시대에 이러한 테마는 지속적으로 조명을 받고 관심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청소년기 학생들의 경우 부모의 역할이나 선생, 또는 주변의 영향력에 따라 ‘목적하는 지향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청라고등학교 샤프론, 프론티어 봉사단의 노력은 목적경영의 일반이론을 충실하게, 더 나아가 실천경영으로까지 확대 가능하다.

 공촌천 작업을 끝내고 그들은 다시 피켓을 들고 거리 캠페인을 실시한다. 손에는 교통안전, 아동학대예방, 성폭력예방, 재난대비안전, 학교폭력예방, 소방안전, 환경보호, 약물오남용예방 같은 사회적 주제가 담긴 피켓이나 플랭카드가 들려 있다.

사회를 계도하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보나 나은 내일을 보장받으려는 의미도 좋지만, 사회적 과제 해결에 대한 주제를 그렇게 제시해 가며 다시 한 번 학생들 스스로 미래가치에 대한 목적의식을 가늠케 해 준다는 학교와 부모, 학생 자신들의 바람이 오롯이 담겨 있는 것이다.

물론 남들 다하는 교과과정상의 봉사활동이라고 가볍게 치부할 수도 있지만, 매 주 그렇게 어머니들과 함께 장애인들과 같이 만나 소통하고 봉사하며 스스로의 삶을 이끌 준비를 한다는 것이 행사진행자 입장에서 보면 마냥 대견해 보이고 우리나라 미래세대에 거는 기대치가 높아져 간다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그렇게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고 본인 역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간다면 마법은 당연히 일어나고 그래서 진실로 원하는, 목적한 바 그 무엇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으로 기대해 본다. 다시 한 번 인천 청라고등학교 샤프란, 프론티어 봉사단 학생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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