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희.jpg
▲ 장순휘 정치학박사/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국가정보원 해킹 사건으로 그렇지 않아도 무더운 날씨가 가열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정원은 27일 공식적인 발표에서 지난 18일 숨진 채 발견된 국가정보원 과장 임모(45)씨가 삭제한 국정원 해킹 관련 자료는 모두 51건으로 이 가운데 31건이 국내 실험용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해킹 프로그램은 해외 북한 공작원만을 대상으로 사용했다’는 이병호 국정원장의 애초 해명과 배치되는데다, 민간인 사찰용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임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의혹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국정원이라는 국가정보기관의 대북 정보활동을 공개하라는 식의 과도한 공세는 절제되어야한다. 이 사건의 본질은 국가 정보기관의 정상적인 활동이 마치 불법행위로 오인되는 식의 사건전개가 아니라 북한을 적으로 두고 첩보전을 수행하고 있는 국정원이 정상적인 업무를 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진실여부에서 출발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건의 진실여부를 떠나서 국정원의 임무수행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가 하는 탄식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조직원이 자신의 임무수행에 대한 명예와 자부심을 가졌다면 어떤 경우에도 당당하게 사건수습을 책임져야함에도 불구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국가와 국민을 혼란에 빠트린 것은 무책임을 넘어서 무모하다고 할 수도 있다.

 이 사건에 관한 여야정당이 보여주는 정쟁은 국가안전보장과 국가비밀이라는 가장 소중한 가치조차도 고려하지 않는 몰상식한 폭로전으로 변질되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다.

 국회정보위 회의에서 국정원장은 야당이 요구한 36개 자료는 물론, 의혹을 해소할 근거도 공개하지 않고 "직을 걸고 불법사찰한 사실이 없다"고 했고, 또 국정원이 도입한 해킹 프로그램 ‘아르시에스’(RCS·원격제어시스템)를 통한 카카오톡 도·감청은 불가능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사건을 수습하려했다면 수준이하의 방책은 아닌지 재고해야한다.

 이번 사건의 해법은 모든 선량한 국민들이 국가정보기관의 해킹으로부터 보호하고자하는 본질을 정부가 약속하는 입법발의를 통하여 국정원의 해킹사건을 조기에 수습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사건의 본질은 절대로 국정원을 무력화시키고, 대국민 불신을 심는데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유의하고자 한다.

 역설적으로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간첩과 종북좌익분자들이 실제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암약이 국가안전보장을 위해롭게 하기에 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투시(逆透視)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사이에 치열했던 첩보전의 영화가 바로 007시리즈였다. 도청과 암호해독 그리고 암살과 포섭 등 원래 국가정보기관의 행태가 비상식적이라는 것은 삼척동자고 알고 있다. 국가정보기관의 오만과 부도덕은 절대로 감시를 해야 함에도 동의한다.

 손자병법 제3편 모공(謀攻)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하여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위태롭지가 않다."는 명언이 있다.

 한 마디로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을 어떻게든 알아야 하는데 바로 적의 기도(企圖)를 알아내는 국가정보기관은 국가의 필수 기관이기도 하고, 때로는 내부의 적도 감시해야하는 이중성(二重性)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권과 무관하게 정보기관의 독립성은 보장되어야 하고, 집권세력의 하수기관으로 전락되어 불법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하기 바란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