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질러, 뛰어 올라, 춤도 춰 봐. 펜타포트 락 페스티발 현장은 열정의 핵폭발로 뜨겁다.

여름 가장 무더운 날, 3일 쯤은 체면의 정장을 벗어 던지고 땀에 흠뻑 젖어보는 것도 멋진 여름 나기다.

송도 국제업무단지 역의 기둥과 벽을 도배한 펜타포트 락 페스티발 포스트를 보면서 설렜다. 포스트에서 터져 나오는 광폭의 기운이 도도해 그 유혹에 홀려보고 싶어졌다. 몸으로 참여하는 열정을 경험하지 못한 조신의 1인자는 떠들썩이 어색해 구경꾼 노릇도 제대로 못했었다.

세월이 지나고 또 지나서 무릎 시큰거리는 나이가 되고 보니 못다 한 청춘의 에너지가 그립다. 분방하게 어울리고 휩쓸려서 기타와 드럼과 떼창의 질주에 심장 박동이 가빠지고, 소리 질러 쏟아낸 목청에 결절이 와도 굉음의 중심에 참여자로 살아보고 싶었다.

100세 시대니까 아직은 청춘이라고 얼토당토않은 억지로 위안을 삼을 게 아니다. 아직도 팔팔한 마음은 몸보다 많이 미성숙해 솟구치는 봄인데 몸은 솟는 에너지가 아닌 하향곡선을 타는 중이고 내리막 경사도 점점 가팔라진다.

첫날 무대를 연 스콜피온스 밴드가 독일을 대표하는 헤비메탈 밴드라고 한다. 데뷔 한 지 50년이라는 소개말에 놀랐다. 환갑이 넘은 그들은 이번이 해외공연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다 한다.

데뷔 50년도 멋지고 멋진 세월인데 무대 위에서 품어내는 에너지는 불멸이라 뭉클하다. 연륜이 주는 원숙은 젊은 에너지가 짝퉁으로도 가지지 못하는 격상의 자산이다. 즐길 준비 완료한 시원하게 입어 준 청춘들이 눈부시다. 몸에 그린 타투까지도 태양빛에 이글거려 락 페스티발 현장을 뜨겁게 달궈준다. 비도 내렸다. 퍼붓는 소나기 장대비다. 잔디 깔린 바닥이 새침하게 있어주고 흙투성이 야생의 땅바닥도 그것으로 조화롭다.

문화 대통령 서태지 공연의 2일째 페스티발에 관중이 제일 많았다. 심장이 쿵쾅쿵쾅 떨리는 경험을 해 본 뭉클한 시간이다. 대략 5만 명 쯤 온 공연이었으니 그 속에 내 심장도 출렁다리를 건너고 번지점프를 하고 바람을 가르며 날았다.

2015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발은 올해로 10주년이다. 영국 타임지가 선정한 전 세계 주목할 페스티발 50개 중에서 8위로 선정된 페스티발이다. 10주년, 질서와 틀이 잡혀 세련된 공연이 될 때 까지 그 공연을 함께 즐기고 열광한 관중도 주인공이고 무대 위 아티스트는 혼신을 다해 관객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었으니 당연히 주인공이고 공연이 펼쳐진 송도달빛축제공원도 적절한 아우라로 무대연출자가 되어 페스티발이 활활 타 오르게 만든 공신이다.

돗자리에 앉거나 아니면 서서 즐긴 주먹밥 한 덩어리가 맛나고 시원한 맥주 한 잔에 더위를 씻었다. 몽글몽글 순두부 살 아줌마도 주눅 들지 않았고 갑빠 장난 아닌 젊음은 타투 박은 몸매로 눈요기를 주고 노출이 예쁜 여름패션은 아가씨의 몸매를 돋보이게 해 거침없는 젊음이 매력으로 새겨졌다.

솔직하게 고백하면 조신의 1인자였던 아낙은 어울려 노는 것에도 살짝 쑥스러웠다. 먹어본, 놀아본 이력이 전무한 어설픔으로 몸짓도 노래도 환호도 삑사리로 어긋나 매끄럽지 못해 민망했다. 그럼에도 용기 백백 나를 드러낸 즐거움을 누려봤다는 것에 격려를 보낸다.

대적하기 벅찬 뜨겁던 여름도 슬그머니 힘을 빼기 시작했다. 절정의 시간은 잠시이고 내려가는 길은 좀 쉬워진다. 정상에서 맞이한 성취는 가슴을 뻐근하게 하고 좋아서 즐거웠던 추억이 쌓여 가면 성하의 여름도 상큼한 색깔로 저장될 것이다.

뜨거움도 열정도 감흥도 절정으로 누려 본 사람은 감정을 충분히 여과시켜 발산하였기에 노폐물 배출이 잘 되어서 정신 순환에 병목현상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 배출하지 못하고 쌓아둔 눌린 감정의 골을 조신이라는 이름으로 미화시킨 세월이 아깝다. 무질서와는 또 다른 건전한 함성으로 거칠 것 없는 젊음이 부러웠던 펜타포트 락 페스티발 현장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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