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증권업계의 '황제'였던 대우증권이 외환위기 이후 수난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외환위기 이전 확고부동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으나 이제는 4∼5위로 밀렸고 ▲2000년 4월 우풍상호신용금고의 공매도사건으로 공신력이 실추된데다 ▲민영화 작업은 지지부진하며 ▲우수한 애널리스트와 투자전력가들이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23일엔 대우증권에 개설된 기관 계좌가 도용당하면서 250억원대의 불법 주식거래 사고가 발생, '사면초가'에 몰렸다.

대우증권은 외환위기 이전에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 증권업계의 선두 자리를 줄곧 유지해왔다.

현재 다른 증권사들의 경영진이나 리서치센터 핵심간부들은 대체로 대우증권 출신일 정도로 이 증권사의 권위는 인정됐고 직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사세가 위축되더니 2년전에는 시장점유율 3위로 내려온데 이어 현재는4∼5위로 밀려났다.

게다가 대우증권은 지난 2000년 4월 증권업계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공매도사건에도 관련됐다.

당시 우풍상호신용금고는 대우증권 사이버트레이딩을 통해 코스닥종목인 성도이엔지주식 340만주를 공매도로 주문, 체결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 업체 주식이 연속상한가를 내는 바람에 결제일까지 12만6천주를 결제하지 못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우풍금고는 개인고객들의 인출요구가 밀리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대우증권의 민영화 전망도 막막하다.

대우증권은 늦어도 작년 상반기까지는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지분이 매각될 것으로 기대했고 이를 감안해 회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등 대대적인 기업이미지 변신작업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대는 빗나갔다. 그동안 살로먼스미스바니,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 외국계 투자은행과 국내의 우리금융, 국민은행 등의 입질이 계속됐으나 아직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불확실한 지배구조에서 유능한 애널리스트나 투자전략가들이 속속 다른 증권사로 옮겨가고 있다.

작년말이후 신성호 투자분석부장, 이종우 투자전략팀장, 이종승 조선담당 애널리스트, 조점호 인터넷 담당 애널리스트 등이 직장을 바꿨다.

대우증권의 한 직원은 "하필이면 대우증권이 불법 매수주문 창구로 선택됐는지 답답하다"면서 "지배구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부 통제시스템이 느슨해진 것으로보고 대우증권을 택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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