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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자 경기도의회 의원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적으로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6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 수준이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인구 구성비는 2060년 40.1%까지 계속 증가하면서 세계 국가 중 2번째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다른 어느 사회보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고령사회, 초고령 사회에 대한 대비책은 그 어느 때 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노인 인구 층에서는 주로 건강문제가 발생하고, 많은 어르신들이 중환자실에서 효과조차 불분명한 치료를 받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삶의 질 만큼 중요한 것이 죽음의 질임은 분명하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9명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필자의 경우도 연명치료를 고통스럽게 받던 시모를 보며, 남은 생과 죽음의 질에 대한 가슴 저린 고민을 했던 경험이 있다.

 이처럼 ‘웰다잉’의 문제는 죽음을 맞이한 당사자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가족의 문제이며 나아가 사회 전체의 문제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남은 삶을 통해 죽음을 준비하며 삶을 마감하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지내다 운명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웰다잉과 완화의료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병원에서 질병이 있는 상태에서 사망하는 환자들이 71.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완화의료에 대한 사회구조적 체계가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다. 실제 호스피스 병상은 2015년 7월 기준 총 60개 기관 1천9병상으로, 호스피스 병상이 턱없이 부족해 이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는 매우 제한적이다. ‘암 관리법’에 따라 암환자만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암환자도 일반 병원에서 사망하기 때문이다.

 실제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 사망자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2013년 기준 12.7%이다. 완화의료에 대한 미흡한 제도와 연명치료를 대체 할 호스피스 시설이나 인력이 부족해 기존 치료에 의존하는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한국의 전통적 효 사상을 근간으로 환자의 보호자가 원해 이루지는 연명치료도 적지 않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배경 속에서 많은 죽음이 연명치료에 대한 윤리적 논란과 더불어 한국인의 죽음의 질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미국의 경우 1981년 호스피스법이 제정되었고, 대만의 경우 2000년 호스피스 완화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또 많은 선진국에서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호를 바탕으로 무의미한 생명 연장 치료를 거부하는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이 제도화 되어 자리잡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사전의료 의향서에 대한 법적효력이 없으며 관련 서식과 내용 또한 제각각 일뿐만 아니라 연명치료와 관련하여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이 갈등을 빚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등 의료현장에서 연명치료와 관련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웰다잉 관련 기본법안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법에 대한 정책화가 논의되고 있으며, 올해 7월부터 완화의료에도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된 것은 고무적인 변화이다. 죽음의 질 향상을 위한 완화의료와 관련된 제도의 시행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통증완화와 증상관리 등을 통해 고통을 다스리면서 죽음의 순간을 맞을 수 있도록 완화의료 관련 제도의 시행과 함께 심리적·영적 호스피스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며, 호스피스 병동과 같은 관련 인프라의 확충 또한 필요하다.

고통스러운 치료나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슬로우메디신(SlowMedicine)’이 필요한 때이다. 인간적 존엄을 유지하며 품위 있는 생의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사회·문화적 환경 조성과 더불어 웰다잉에 대한 고민과 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연명치료 중단과 완화의료 제도화, 관련 인프라 구축을 토대로 남은 생 동안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며 죽음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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