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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주 군포시장 
최근 2016년 업무계획을 보고받았다. 각 부서 책임자들이 내년에 추진할 주요 사업을 설명했다. 사업 대부분은 담당 공무원들이 신중하게 검토하고 계획한 일이라 첨언할 내용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보고를 다 듣고 나면 다들 한마디 할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나는 할 말이 없다. 일이야 서류에 다 쓰여 있으니 무슨 말을 더할 것인가?

 다만 나는 결재란 문서만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제안자의 얼굴을 봐야 한다고 여긴다. 보고자의 얼굴에 많은 것이 표현돼 있다. 결재자는 보고자가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갖추고 계획서를 내는 건지, 무엇을 도와줘야 하는지를 찾아야 한다.

시장으로서의 나는 담당 공무원들이 맡은 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무엇을 도와줄 것인지를 주로 살피고 챙겼다. 그렇게 군포시를 경영해왔다. 조직을 경영하는 사람이 주로 고민하는 것은 조직이 목표대로 가는지를 살피는 일과 목표 달성을 위해 조직을 활성화하는 방안이다. 이 두 가지는 최고경영자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다.

 조직이 목표대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며 조직원들의 힘을 북돋워 주는 일을 통해 조직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사기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일은 절로 성공한다. 이런 성공을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조직원들과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다.

 많은 리더가 목표 달성에 집중한다. 그것을 위해 저마다 성과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각종 경영이론을 적용하려 애쓴다. 처우개선이라는 당근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조직이 목표를 이루는 데 실패한다. 보상을 잘하면 일을 잘하게 할 수 있다는 이론은 낡은 것이 돼 버렸다.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이론이 새로 나왔으나 현장에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현대사회에서 일의 성패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에 달렸다.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인재들이 있는 상황에서는 능률을 높이려 애쓰기보다는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인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군포시는 일찍부터 시책 사업의 궁극적 목표를 ‘가족이 행복한 도시’ 만들기로 정했다. 이를 위해 가족이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기본으로 ‘시민이 주인입니다’를 일찍부터 구호로 삼았다.

 외적으로는 꽃을 심어 ‘철쭉 도시’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내적으로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도시로의 발전을 위해 ‘책 읽는 군포’를 조성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공무원들은 앞다퉈 청렴하게 일하겠노라는 약속을 실천 중이다. 이 모두는 ‘가족이 행복한 군포’를 만들어 내겠다는 목표를 앞에 둔 다짐이었다.

 성취하고 싶은 목표를 제시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매진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일은 앞서도 말했듯이 목표의 가치를 조직원 전체가 공유하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지 차이가 난다. 어떤 조직원이든 자기 일이 큰 가치를 가진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 일을 대하는 태도와 과정 그리고 결과 모두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다. 가치 있는 일은 사람까지 변하게 한다.

 세상 모든 사람은 공무원의 공무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무를 제공하는 공무원도 근로를 제공하고 받은 대가로 쌀을 사서 집에 돌아가는 평범한 조직원이다. 따라서 공무원들이 하루하루의 일이 군포시민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를 인식하면 일에 대한 태도가 변화할 것이며, 결과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가치를 공유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때문에 내년도 사업계획을 검토하는 자리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사업의 가치를 공유하게 하고, 공감하게 하는 일이 시장의 일이라는 걸 다시 다짐하고 실천했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가치를 공유하는 방법도 저마다 다르고, 진심을 나누기는 쉽지 않은 일이니까. 어쩌겠는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성심으로 의미를 전하고 또 전하는 수 밖에. 가을 햇살이 짧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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