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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역사소설가
"내년에는 한국으로 놀러 오세요."

 중국 정부는 최근 여의도 국회에서 ‘2015 중국 관광의 해’ 폐막식을 갖고 2016년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양국 간 인적 교류 1천만 명 시대를 예상보다 2년 앞당겨 실현한 의미는 아무리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일이지요.

 시진핑 중국 주석은 ‘국지교재우민상친(國之交在于民相親)’, 즉 국가 간의 교류는 일반 국민들이 얼마나 서로 가깝게 지내느냐에 달려 있다며 한중 양국 간의 민간 교류가 갖는 중요성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지난 여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우리 관광업계가 휘청거릴 때 홍콩·베트남·타이완·러시아 등은 한국 여행 자제 권고를 하거나 경보를 발표했으나 중국 지자체들은 100개가 넘는 관광 교류 행사를 열어 한국인을 유치하는 데 앞장섰고 산둥·간수·쓰촨·하이난성 등 15개 지역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요. 중국 정부 역시 한국의 여행블로거 50명을 초청해 적극성을 보였습니다.

 이제는 우리 차례입니다. 2016년 병신년은 재주가 많은 ‘붉은 원숭이의 해’라는 해석이 붙습니다. ‘한국 관광의 해’를 맞이하는 데 있어 원숭이는 의미가 꽤 있습니다. 한국인은 ‘손오공’이라는 이름에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악랄한 괴물과 싸우며 구도(求道)의 길을 떠난 삼장법사를 지키고, 여의봉을 휘두르며 창천을 나는 그를 서양의 어떤 슈퍼맨들보다 좋아하지요.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아직도 한국인들 다수는 ‘중국 오판(中國 誤判)’을 고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대해서는 비아냥거리는 표현을 쓰면서도 심중에는 깨끗한 나라, 예의 바른 국민이라고 여깁니다.

이에 반해 중국은 경제적으로 소중한 파트너라고 확신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결하고 거친 국민, 짝퉁이나 만들어 싸게 파는 나라, 한마디로 비호감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몇 년 전 일입니다만 한국의 발전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한 간부는 "중국 샤오미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으나 기술력이 없는 그런 기업에 신경도 안 쓴다"는 발언을 대놓고 하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중국 오판(中國 誤判)’입니다. 중국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나 관심조차 없었던 옛 이미지가 굳어진 우물 안 개구리적 사고였어요.

 중국의 변화는 실로 놀랍습니다. 우리와 중국 양쪽을 잘 아는 중국 관련 학과 교수 한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중국의 기업체에는 지금 영어가 유창하고 지위에 관계없이 치열하게 자신의 문제와 세계의 변화를 토론하는 젊은 일꾼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중국 공무원들의 열정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철렁한다.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공무원을 만나 보면 국가는 물론 자기가 근무하는 지역의 역사부터 경제 현황, 미래를 향한 전략을 술술 막힘 없이 말한다. 그리고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고 적극적으로 상대를 끌어안는다.

 중국의 변화, 중국의 발전이 단순한 인건비의 저렴이나 무조건 유치하고 본다는 그런 수준이 아닌 것이다. 잘되는 나라는 무엇인가 다르구나 하는 강렬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통계를 보면 그 교수의 지적은 백번 지당합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은 한국을 따라잡았습니다. 올해 세계 수출시장 1위 품목에서 중국은 1천500개가 넘었습니다. 한국은 100개가 안 됩니다. 시진핑 정부의 ‘중국 제조 2025’계획이 완료되면 그 격차는 상상하기조차 싫어집니다.

 중국은 예전의 그런 나라가 아닙니다. 강력한 국가리더십, 열정과 사명감이 넘치는 공무원, 세계를 향해 소리칠 수 있는 실력과 소신을 가진 기업가들의 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중국의 민간인들이 2016년에 한국을 찾고 싶은 나라, 소중한 이웃으로 여기게끔 우리 자신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한중 양국의 경제적 관계 이상으로 양국민이 서로를 동북아의 진정한 파트너로 여기고 서로 존중하면서 상생할 수 있게 2016년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우리 스스로 새로운 준비를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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