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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길 부평정수사업소장
가뭄이 심상찮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가뭄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수도권과 강원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예년의 58%에 그쳤다.

 이미 충청지역에선 식수원인 보령댐이 말라붙어 지난 8월부터 인근지역 생활용수를 제한공급하기 시작했고 정부에서는 625억 원을 긴급투입 금강하류에서 비상관로를 연결하여 보령댐에 용수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2천500만 수도권 주민이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강수계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한강의 가장 큰 ‘물 그릇’인 북한강 소양강댐과 남한강 충주댐도 10월 현재 저수율이 각각 44%, 41%로 예년 대비 약 66% 수준에 불과하다.

 이미 팔당댐에서는 지난 6월부터 한강유지용수를 제한적으로 방류하며 저수율 관리를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봄까지 큰비가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상전망이 나오고 있고,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심각한 가뭄이 갈수록 빈번해 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젠 일상화된 가뭄, 2년 이상 지속되는 가뭄 등 극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에서 중장기적인 가뭄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전문가들은 중소형 댐과 저수지를 통해 ‘물 그릇’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적 여론, 환경문제를 의식하여 거론조차 못하던 지류나 상류에 미니댐 건설에 대해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 할 때다. 또한, 지표수에 의존하지 말고 취수원 분산을 위하여 해수담수화도 심도 있게 접근해야 한다.

 세계평균 강수량 880㎜보다 적은 이스라엘(430㎜)은 갈릴리호수와 요르단강의 한정된 지표수와 지하수에 의지하지 않고 기술개발을 통해 바닷물을 담수화해서 전체 식수의 절반가까이 활용하고 있다. 인공강우 기술도 적극 개발해야 한다.

 하늘만 바라보고 기우제를 지낼게 아니라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중국은 식량증산과 수자원 확보를 위해 이미 인공강우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물 수요관리 측면에서 가장 단기적이고 효과적으로 실천 가능한 것은 ‘물 절약’이다.

 제일 먼저 물을 물 쓰듯 하는 우리들의 생활 습관을 고쳐야 한다. 물 절약은 그 자체가 수자원확보나 마찬가지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물 사용량을 10%만 줄이면 팔당댐 2개의 물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인천시의 경우 시민 1인당 물 사용량은 330ℓ로서 덴마크 114ℓ, 영국 139ℓ, 독일 151ℓ에 비해 2~3배에 달한다.

인천시민 모두가 10%의 물을 절약하면 하루에만 10만t의 물이 절약되고, 이는 원수를 구입하는 물값, 물이용부담금, 하수도 요금을 포함해 연간 420억 원의 물 값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하루에 10만t을 처리할 수 있는 정수장 건설비(약 684억 원)와 하수처리장(약 1천773억 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물 절약 운동’을 확산해야 한다.

 물 재이용에 대한 체계적인 투자를 통해 도시에서는 빗물을 저장해서 재사용하고 하수처리장 방류수도 조경용수나 허드렛물로 재활용하는 중수도도 적극 확대해 나가야 한다.

 물은 지속적인 경제발전뿐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자원이다. 가뭄을 극복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안보다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가뭄극복을 위한 수자원확보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국민들은 실천가능한 물 절약 운동을 실천해서 가뭄을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천의 경우 현재 도서지역에 이어 원도심 곳곳에도 물 부족 현상이 시급하다. 물을 아껴 쓰면 상하수도 요금 인상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노후화된 상하수도 시설 관리와 하수처리 비용 등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은 비싼 돈을 주면서 물을 다른 시도에서 사오고 있다. 가뭄은 자연 현상이라지만 가뭄이 와도 물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매일 물 절약을 실천하는 시민들의 노력 또한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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