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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사회부장
공무원(公務員)을 영어로 ‘Civil Servant’라고 한다. 시민의 머슴이라는 뜻이다. 법 테두리 안에서 착하게 살고자 하는 시민들에 대한 무한의 봉사, 그 단단한 무장이 ‘공무원 정신(精神)’이다.

지치고 힘들 때, 그 고단함을 딛고 새로운 삶과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행동하는 양심’ 그것이 공무원의 참된 모습이다.

공무원의 힘은 선량한 시민들의 ‘믿음’과 ‘따름’에서 생성된다. 공무원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공공성(public)의 발현’이라는 시민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어서다.

이는 공권력(公權力)의 원천이다. 그 밑천은 보다 나은 현실세계로 밀어주고, 당겨줄 것이라는 공무원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와 지지다.

만약 공무원이 공익이 아닌 특정의 이익에 쏠린다면 그는 이미 공무원이 아니다. 공무(公務)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잃어버린 장사치가 되고 마는 것이다. 장사치들도 사회 환원을 끈으로 공익성을 끌어올리며 사업을 넓히는 것이 지금의 시대다.

하물며 공무원이 공익을 저버린다? 그 결과는 뻔하다. 시민들의 기대와 성원을 놓치고, 공권력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그 끝은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무의도 쏠레어 복합리조트 개발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를 둘러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공무원의 태도가 그 꼴이다.

쏠레어 코리아㈜는 2022년까지 중구 무의동 실미해변과 실미도를 관광단지로 꾸민다는 개발기본계획을 냈다. 사업비만해도 4조2천억 원이다.

인천경제청 공무원이 혹할 법도 한 일이다. 무의도는 1989년 인천시에 편입됐다. 그동안 수많은 개발계획이 쏟아졌지만 모두 물거품 됐다. 마땅한 개발사업자가 없어 지난해에는 기어코 경제자유구역에서도 빠졌다.

인천경제청은 급했다. 현지 주민들의 사정을 읽기보다는 민간사업자의 개발계획에 눈이 꽂혔다.

인천의 섬이라면 없을리 없는 주민들의 어업권은 이미 보살핌의 대상이 아니었다. 어업인에게 그곳의 사정을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회는 대부분 공무원들로 채워졌다. ‘방송과 반상회를 통해서라도 주민 의견을 반드시 듣고 반영하라’는 협의회 위원인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인천경제청은 지난 9월 홈페이지에 전력환경영향평가 항목 등 결정내용 공고를 냈다. 개발 지구와 주체도 없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평가항목 등 결정내용 공개공고’를 매일같이 접속해 샅샅이 훑지 않는 이상 좀체 알아챌 수 없는 은밀한 제목이었다. 게다가 ‘온라인으로 의견을 제출하라’는 토까지 달았다.

무의도 어민들은 젊어야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이다. 갯벌과 바다에 나가 바지락을 캐고, 고기를 잡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다. 한가로이 인천경제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우리 동네 개발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나’하고 챙길 여유가 그들에겐 없다.

인천경제청이 평가서에 밝혔듯이 제출될 주민의견이 없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 속사정을 못본 채 작성된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는 거짓과 부실 작성 논란에 휩싸였다. 무의9통 큰무리 주민들의 어장에 연도교 건설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러면서 오탁방지시설 등으로 어장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환경피해 대책을 나왔다.

가관인 것은 환경영향평가 협의회 위원장의 말이다. ‘주민대표를 협의회 위원으로 위촉하라는 법이 있느냐’는 따짐이었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분명히 있다. ‘위원장은 주민대표와 시민단체에서 추천하는 민간전문가 등 1명 이상을 협의회 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다’라고.

공무원들은 스스로를 ‘공돌이’, ‘공순이’라고 부른다. 결코 자기 비하에서 나온 말이 아닐 게다. 시민의 머슴, 공복(公僕)으로서 절제된 겸손이 깔려있는 부름일성싶다. ‘시민’과 ‘공익’을 존재의 이유로 삼는 낮은 자세, 천생 공무원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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