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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굴업도 선착장이 마주 보이는 목기미해수욕장에 즐비하게 널려 있는 쓰레기. 개머리능선 초입에는 굳게 잠긴 철문과 함께 씨엔아이레저산업 소유의 사유지임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이 뜯겨진 채 세워져 있다. 백패킹 명소가 된 개머리 억새군락 곳곳에도 훼손된 초지가 쉽게 쉽게 눈에 띈다. /지건태 기자
과거 핵 쓰레기장 그늘에 있던 굴업도가 최근 ‘백패킹(Backpacking)’ 명소로 떠오르면서 배낭족이 배출한 오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멸종위기의 먹구렁이와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등의 개체수가 줄면서 섬 생태환경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난 9일과 10일 본보 취재팀이 이틀간 머물며 취재한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 현지에는 곳곳에 백패킹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캠핑족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개머리능선 억새군락은 텐트 자국에 눌려 군데군데 민둥을 드러냈고, 모닥불을 피운 주변에는 땔감으로 쓰려 했는지 나뭇가지가 뿌리째 뽑혀 뒹굴고 있었다.

 


이곳에서 백패킹을 즐기는 야영객은 여름 성수기인 지난 8월에만 3천211명에 달했다. 하루 한 번 굴업도를 오가는 울도선(나래호)이 선박검사로 보름간 운항을 못한 지난달에는 662명이 백패킹을 위해 이곳을 찾았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이달에도 벌써 177명이 다녀갔다.

 이곳에서 민박업을 하는 서인수(58)씨와 전 이장 이화용(82)씨 등에 따르면 일부 야영객 중에는 고혈압 치료와 항암 효과가 있다는 엉겅퀴와 귀한 한약재로 쓰이는 백선을 마구 캐거나, 야영을 하면서 고둥과 전복 등 해산물을 채취해 가기도 한다. 또 섬 곳곳에 음식물쓰레기와 술병, 그리고 배설물 등을 그냥 버리거나 묻어놔 치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뿌리째 뽑혀 땔감으로 쓰인 나무는 갈잎작은키나무로 산림청은 2009년 이 나무가 우거진 굴업도를 아름다운 숲길로 지정하기도 했다. 또 야영객이 많이 캐 간다는 엉겅퀴는 왕은점표범나비가 좋아하는 붉은색 꽃을 피운다.

 섬 주민들은 최근 섬 생태환경이 훼손되면서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먹구렁이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고 했다.

먹구렁이가 사라지면서 맹금류인 매의 개체수도 급격히 줄어 먹이사슬이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5년 전 인천시가 내놓은 ‘연안도서 해양환경 조사 및 보전관리 계획’에 보면 굴업도에는 이 같은 먹구렁이가 다수 서식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와 말똥가리, 개구리매, 검은머리물떼새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섬을 찾는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생태환경 보존을 위한 관리나 시설 개선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물며 주말 수백 명이 찾는 섬에 공중화장실은 선착장에 있는 간이화장실 1동이 전부다. 굴업도 주민등록부에는 15가구 31명이 기재돼 있지만 실제 거주하는 주민은 6가구 14명이 전부다. 이 중 절반 이상이 팔순 노인이어서 오물 수거 등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할 군청인 옹진군과 인천시는 굴업도 전체가 사유지다 보니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굴업도 전체 면적의 98.5%인 165만㎡를 CJ그룹의 이재현 회장 일가 소유의 씨엔아이레저산업이 매입해 10년 가까이 땅을 놀리고 있기 때문이다.

 씨엔아이레저산업 관계자는 "현재 골프장을 제외한 관광단지 조성계획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조속히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동영상=최달호 기자 bbor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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