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0년간 재개발을 기다리던 인천의 마지막 달동네 십정2지구. 뉴스테이 추진 소식이 무색할 정도로 황폐한 모습이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 지난 40년간 재개발을 기다리던 인천의 마지막 달동네 십정2지구. 뉴스테이 추진 소식이 무색할 정도로 황폐한 모습이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을미년(乙未年) 한 해가 저무는 지난 30일 오전. 기자가 찾은 인천의 마지막 달동네 십정2구역은 음산(陰散)했다. 정부와 인천시가 호들갑을 떨며 홍보한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선정 지역’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216번지 일원의 1천560가구에 대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은 길게는 40년 전부터 짧게는 지난 10년간 부침만 거듭해 왔다. 그 사이 많은 원주민들은 지칠 대로 지쳐 집만 남겨 둔 채 이곳을 떠나갔다.

십정2구역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집들은 몰골이 흉측했다. 붕괴 일보 직전의 집에는 오갈 곳 없는 노인들이 자식들을 대신해 지키고 있었다.

기자와 만난 한 노인은 "재개발된다고 40년째 듣고 있어. 또 선거철이잖아. 이제는 누가 말해도 믿지를 못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늙은이들은 그냥 내 집에서 살고 싶어. 아파트 지어 놔도 들어갈 돈도 없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야"라고 했다.

비좁은 언덕길이 시작되는 마을 입구의 사랑방(경로당)에 모여 앉은 동네 할머니들은 정부와 인천시의 재개발 사업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도심을 살려야 한다는 정책과 공약은 남발됐지만, 정작 인천에서 아파트가 올라가는 곳은 언제나 신도심이었다. 그러는 사이 이들은 철저히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십정2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낮은 사업성, 미분양 리스크, 자사 부채 문제,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협상 지연 등의 이유로 지난 10년간 사업을 미뤄 와 주민 불만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였다.

하지만 정부의 1·13 부동산대책에 따라 뉴스테이가 추진되면서 재개발 1순위로 꼽혔던 십정2구역도 극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다.

문제는 뉴스테이로 주민들이 동네를 떠나지 않고 100% 정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단 토지주나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 대다수는 100만∼1천900만 원의 이주비를 받고 이 지역을 떠나야 한다. 여기에 8년간의 의무임대 기간이 끝나고 분양으로 전환할 때 발생할 문제와 주거환경개선사업과 같은 공공성을 띤 도시개발에서 관리처분 방식의 도입 등은 논란거리다. 서민 주거정책의 의도와 달리 뉴스테이 사업으로 큰 혜택을 보게 될 민간기업이 고가의 임대료를 책정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업은 사업시행자의 변경(LH에서 인천도시공사)에 따른 원주민 재산의 관리처분 방식과 계획을 놓고 주민 75% 이상의 동의를 얻느냐 마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당 설문조사는 1월께 실시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전면수용 방식에 비해 관리처분 방식이 의사결정 과정과 개발이익 분배에 있어 원주민들에게는 불리하다. 전면수용은 사업시행자가 정비구역의 토지·건축물을 수용해 주택을 건설한 후 그 소유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방식이지만, 관리처분은 원주민 소유의 토지·건축물의 가치를 평가한 뒤 사업 완료 후 신축 재산으로 되돌려받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십정2구역 주민대표위원회 한 관계자는 "종전처럼 전면수용 방식으로 개발하면 좋은데, 관리처분은 우리들에게 굉장히 불리하다"며 "하지만 인천시(부평구)에서 원주민에 대한 추가 분담금이 거의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데다, 민간 건설사도 1군 업체로 들어오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있어 주민 동의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