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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지난 연말에 있었던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합의로 인해 국내가 시끄럽다. 관계 장관에 대한 비난, 우리 안으로 들어온 폭탄, 심지어는 50년 전의 옛일까지 들먹여 치욕적이라는 합의 무효까지 등장하고 있다.

나는 정치학자도 아니려니와 외교문제에 대해 문외한이나 다름없으므로 국내에 대한 이야기는 접기로 하고 이번 합의에 대한 중국의 속내를 한번 살펴보겠다.

 그들은 이번 합의에 대해 공식적인 논평과 달리 몹시 불편하고 은근히 중국 대중의 분노를 자극시키고 있는 모습이 엿보인다. ‘미국이 뒤에서 조종했고, 미·일과 한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동맹 강화의 전초전’ 정도로 보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이런 시각에서 서방언론의 보도를 인용하는 재빠른 태도를 보였다. 원래 중국에서 서방언론 대부분은 원천 봉쇄돼 있고,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의 접속이 차단되는 등 인터넷 통제가 엄중하다.

 타이완의 중국시보는 "우리도 한국의 사례를 참고해서 일본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고, 홍콩의 빈과일보는 "중국의 강경한 사과 요구에도 꿈쩍 않던 일본이 한국에 손을 내밀면서 ‘중국의 뺨을 때린 격’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영국의 가디언과 프랑스의 르 피가로 보도 내용을 소상하게 인용했다. ‘한국의 위안부 관련 동의는 일본과 미국의 승리’라는 제목을 갖다 놓고 "소위 위안부 논쟁에 관한 일본과 한국 간의 합의는 아베 총리에게 중요한 성공이면서 동시에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맞서 동북아 동맹을 구축하려는 미국에도 간접적인 성공"이라는 기사 내용을 가감 없이 인용했다.

르 피가로의 경우는 "이번 합의의 관건은 한국 측이 이를 준수하느냐에 달렸다"는 일본 측의 불신 분위기에 초점을 맞추고, "한국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한일 수교 50주년이 끝나기 직전 협상이 타결돼 기쁘다고 했지만 이 말에 한국의 시민사회가 공감할지는 의문"이라는 데 방점을 찍어 내놓았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몹시 불편하다는 것이고, 자신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장차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타협보다는 강경한 대일 공세를 예고하는 의미도 있고, 동북아 역사전쟁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경고성 성격도 있다.

 아무튼 동북아 3국의 2016년은 지역 패권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대립이 핵심으로 부각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본으로써는 19세기 후반 메이지 유신과 함께 동아시아 패권이 일본에 넘어왔고 20세기 전반에는 군사력으로, 20세기 후반에는 경제력으로 부동의 위치를 누렸다.

그런데 ‘잃어버린 20년’의 시기에 일본은 오히려 후퇴했고, 중국은 엄청나게 성장해 일본을 앞질렀다. 2012년 발족한 아베정권은 ‘일본을 되찾는다’는 구호로 일본 부활, 즉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나섰다.

 시진핑 주석은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역사관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고대부터 세계 최대의 문명국이고, 1840년 아편전쟁에서 패전한 이래 굴욕적인 100년을 보냈다. 이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으로 일본은 물론 미국을 앞질러 오랜 역사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근래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학 열풍도 그 기조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인기 있는 문화 부흥의 강좌 가운데 ‘손자병법(孫子兵法) 읽기’가 있다. 학생들이 리듬에 맞춰 구절을 암기하는데 풍부한 관련 에피소드를 곁들여 흥미를 배가시킨다.

그리고 손으로 직접 목재반제품을 만들게 하는데 목공 맞춤의 원리를 터득하게 하면서 고대 전쟁의 공성계(攻城計)가 실제 어떻게 이뤄졌는지 전술적 응용을 심도 있게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손자병법이 어떤 책인가? 물론 중국의 국학 경전이지만 싸움터에서 이기는 방식이 핵심이다. 부국강병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쓸모 있는 실용서’인 것이다.

 위안부 문제 합의에 항의하는 집회에 고등학생들까지 나서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며 손자병법을 터득하는 중국 학생들의 모습이 오버랩된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중국의 잘나가는 샤오미(小米)에 우리는 한국다미(大米)를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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