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쾰른의 새해맞이 행사 도중 집단 성폭력 사태가 발생한 대성당 주변에서 9일(현지시간)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극우 시위대와 이들을 비난하는 맞불 시위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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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연합뉴스)
AFP 통신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 등 극우 시위대 1천700여명은 집단 성폭행의 범인 상당수가 난민이라는 점에서 '강간(rape)'과 '난민(refugee)'을 합성해 'Rapefugee는 환영하지 않는다'라고 쓴 팻말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

또 난민을 수용하는 정책을 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겨냥해 "메르켈 아웃(Merkel out)" 등의 구호를 외치고 독일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

페기다 회원은 "메르켈은 우리나라에 위험이 됐다. 메르켈은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고 외쳤다.

이날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새해 전날 어디에 있었느냐'고 외치며 맥주병과 폭죽 등을 던지는 등 폭력 시위로 변질하자 경찰은 경찰봉과 최루가스, 물대포 등을 이용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경찰 3명과 기자 1명이 다쳤고, 폭력 시위대 수 명이 연행됐다.

'난민 반대' 극우 시위대 "메르켈 퇴진" (AFP=연합뉴스)
'난민 반대' 극우 시위대 "메르켈 퇴진" (AFP=연합뉴스)

페기다는 지난해 1월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직후 반이슬람 시위에 2만5천명을 동원하는 등 세를 과시했다.

하지만 대표의 공공연한 인종차별 발언 탓에 이들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다가 난민 사태를 계기로 최근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극우 시위대를 비난하는 시위도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려 긴장이 고조되면서 독일 사회에 잠재된 갈등을 노출했다.

맞불 집회에 나선 시위대 1천300여명은 페기다 시위대를 향해 "나치 아웃(Nazis out)"이라는 구호를 외쳤고, '파시즘은 대안이 아니다, 파시즘은 범죄'라고 쓴 팻말이 등장했다.

이 시위에 참가한 에밀리 미첼스(28)는 "저들에게 입을 닫으라고 말하려고 왔다"며 "페기다가 끔찍한 성폭력 사건을 악용해 자신들의 인종차별적인 허튼소리를 퍼뜨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1천 명의 여성들은 대성당 앞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반대', '아니오(NO)는 아니오(NO)다! 그게 법이다! 우리에게서 떨어져!'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냄비를 두드리거나 휘파람을 불며 시위를 벌였다.

인종주의와 성차별에 반대하는 여성 시위(AP=연합뉴스)
인종주의와 성차별에 반대하는 여성 시위(AP=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쾰른 중앙역 광장과 대성당 주변에서 새해맞이 행사 도중 추행과 폭행, 강도, 성폭력 등 379건의 범죄 행위가 접수됐으며, 이 중 40%가 성폭행 사건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또 지금까지 확인된 용의자 다수는 난민 신청자 등 외국인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법률이 충분하지 않다면 개정해야 한다"며 난민 범죄자 추방을 쉽게 하도록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난민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법규를 위반하면 망명이나 거주권 신청을 제한해야 한다"며 "이는 독일 시민뿐 아니라 다수의 무고한 난민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법률로는 난민 지위를 신청한 경우 징역 3년형 이상을 선고받고, 송환시 안전이 위협받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어야만 모국으로 추방할 수 있다.

앞서 법무장관과 내무장관 역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추방될 수 있다"는 견해를 언론에 밝힌 바 있다.

BBC는 독일 현지 보도를 통해 지난해 110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던 메르켈 총리가 이제는 독일의 관용에도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압박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쾰른 사건을 정부의 난민 정책 실패 사례로 선점하면서, 잊혀 가던 페기다가 사건을 자신들의 선전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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