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jpg
▲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과거 1960~70년대에는 ‘여촌야도(與村野都)’라는 말이 있었다. 농촌에서는 여당 지지표가, 도시에서는 야당 지지표가 많이 나오는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영·호남 등의 지역 구분 없이 농촌지역에서는 여당 지지표가 야당 지지표를 압도했었다. 내가 알던 어떤 사람은 "우리 동네 어르신들은 농사지어 먹고살기 힘들다고 맨날 정부에 대해 불평하면서도 선거 때만 되면 여당에 표를 준다.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곤 했다. 지금도 여촌야도의 경향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많이 퇴색했다.

 최근 국민들의 정치성향 중 눈에 띄는 것은 세대 간의 격차(Generation Divide)다. 요즘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노년층에서는 여당에 대한 지지가 월등히 높고, 젊은 층에서는 야당에 대한 지지가 월등히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국회는 지난 2005년 선거연령을 20세에서 19세로 낮췄는데(민법상 성인연령을 만 20세에서 19세로 낮춤에 따라 선거연령도 낮췄다), 당시에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은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길 원했으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 반대해 19세로 절충했다.

 새누리당이 선거연령 하향을 줄곧 꺼리는 이유는 젊은 층의 새누리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연령 하향의 문제는 특정 정당에의 유·불리 관점에서 찬반을 논할 사안이 아니고, 헌법적 관점을 고려해 타당성 여부를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우리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주권주의가 제대로 실천되려면 국가권력의 창출 과정인 공직선거에 ‘가급적 최대한 다수의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현행 공직선거법상의 선거연령(19세)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할지 또는 18세로 낮추는 것이 적절할지에 대해 과학적인 정밀한 근거를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과거에 비해 청소년들의 지적수준과 사회 참여 필요성이 현저하게 높아졌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32개국의 선거연령이 18세 이하이며 한국과 폴란드만이 각각 19세와 21세라는 점, 우리나라 9급 공무원 채용시험 응시연령(공무담임권)이 18세 이상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자는 의견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볼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고령층 인구비율이 높아 이번 총선에서 5060 이상 비율과 2030 비율이 2배가량 더 벌어질 거라면서 이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비유하는 지적도 있다. 향후 고령화가 심화되면 우리나라는 ‘보수화’가 고착돼 사회 변화의 동력을 상실할 우려마저 있는데, 사회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젊은 층의 정치 참여 기회를 확대할 필요도 있다.

 제반 사회문제를 노인의 관점과 이익을 위주로 처리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삶이 힘들어진다. 세대 간의 이해 충돌과 갈등,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 등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젊은 층의 니즈(Needs)를 정치에 적극 반영해 그들의 불만을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

 아무튼 선거연령 하향을 통해 국민의 정치 참여 폭을 넓히면 나라의 발전에 많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더라도 학생들의 정치 과열화를 막기 위해 ‘고교 재학생에게는 선거권을 주지 말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위헌성(평등의 원칙 위배)이 있으므로 수용하기 곤란할 것이다. 선진국에서 보듯이 학생들의 선거권 행사는 ‘민주주의 참여’라는 교육훈련 효과 등 긍정적 영향도 수반할 것으로 생각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