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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입이 아니라 귀’라는 말이 있습니다.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입니다. 어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자신과 말이 잘 통하는 사람으로 인식한다고 합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도 기업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의 약 60%는 소통의 문제라고 설파한 바 있습니다. 당연한 말씀이지만 소통이 잘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혹시 최근에 다른 사람과 다투신 적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 이유를 헤아려 보셨나요? 불편하시겠지만 그때 상황을 다시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상대방과 의견 충돌이 있었다면 그 사람의 의견, 구체적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알고 계셨습니까? 최선을 다해 이해하려고 노력하셨습니까? 그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점이 무엇인가요?

 의외로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에고티즘, 즉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마다 자신만의 입장만을 내세우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자신의 프레임 안에서 듣기 때문에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바로 ‘듣기’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일종의 착각입니다만,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방이 잘 듣는 경우에는 그가 자기 의견에 찬성한다고 생각해 버리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이해’와 ‘찬성’은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다시 말해 ‘경청’이 곧 ‘동의’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최선을 다해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전제될 때의 이야기입니다.

 일단 상대방의 의견에 최대한 이해를 한 상황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야 소통의 장애물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독일의 심리학자 폴커 키츠와 마누엘 투쉬는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적극적 경청이란 상대방 말의 내용은 물론이고 그 내면에 깔려 있는 동기와 정서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은 크게 언어적 요소와 비언어적 요소로 나뉩니다. 그 중 비언어적 요소의 한 분야인 동작학(動作學)을 주창한 인류학자 레이 버드위스텔은 "훈련만 잘 받으면 상대의 동작만 보고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보디랭귀지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소통의 과정에서 언어 메시지와 비언어 메시지(동작)가 차지하는 비율을 35%대 65%로 봤습니다. 미국 UCLA 명예교수인 심리학자 앨버트 메러비안은 몸의 움직임과 얼굴 표정, 음성에 대한 여러 연구를 통해 그 비율을 7%대 93%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몸짓, 표정, 시선, 태도 등의 비언어적 요소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것은 자신의 말할 때뿐 아니라 들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을 정말로 이해하려면 말하는 내용뿐 아니라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면서 그 사람의 몸이 전하는 메시지에도 주의를 기울여야만 합니다.

 제대로 된 소통을 위해서는 ‘적극적 경청’이 꼭 필요합니다. 그것은 단순한 소통을 넘어 관계 개선에도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얼마 전 충남 공주교육지원청의 초청으로 학부모 대상 특강을 하고 왔습니다. 자녀와 잘 통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물론 자녀와의 대화에서도 잘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녀들은 부모님이 아무리 열심히 듣고 있는 ‘척’을 해도 집중해서 듣고 있는지 아닌지 다 알아차립니다. 회사일, 집안일 모두 제쳐두고 가능하다면 휴대전화 전원도 꺼 두시고 적극적 경청을 시도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1960년대 미국의 인권운동가 안젤라 데이비스가 한 말입니다. 소통을 막는 마음의 벽이, 서로를 진정으로 이어주는 다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이해와 공감의 ‘적극적 경청’을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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