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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
인천 월미도를 찾은 중국 유통회사 아오란그룹의 지난달 말 ‘치맥(치킨과 맥주)파티’에서 캔맥주 4천500개와 치킨 3천 마리가 금방 동났다고 한다. 그들은 사흘간 총 6천여 명이 방한했고, 대구의 관광시장 개척단이 2만여 명에 달하는 유커의 6~8월 대구 방문을 성사시켰다는 소식도 들린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급감했던 유커가 대거 우리나라를 찾는다니 정말 바람직한 현상이다.

 고용 없는 저(低)성장의 깊은 잠에 빠진 우리가 유커의 유치를 위해 다각적으로 애쓰는 일은 당연하다.

 현재 중구 영종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결합한 복합리조트 3곳도 2020년까지 완공되면 연간 8조 원대의 경제효과, 600만 명의 관광객 유치가 기대된다고 하는데 직간접 일자리 창출도 88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대박 청사진이라 하겠다. 이 역시 중국인 손님을 겨냥한 것이다.

 영종의 허허벌판에 세워져 있는 입간판의 ‘금 나와라 뚝딱’은 ‘큰손’ 유커에 대한 우리의 염원을 담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좌우를 살펴보면 정부의 발표 그대로 믿기 어렵다. 자칫하면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불리는 카지노 공급이 중국 정부의 방침이 바뀌면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고, 반(反)부패 정책이 현실화되면서 중국 손님이 급감해 각국의 카지노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카지노업계의 연매출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통계도 나온 만큼 위험하기 짝이 없을 수도 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테마파크 대형화 경쟁을 벌이다 ‘버블 붕괴’ 직격탄을 맞았던 과거 일본의 사례가 남의 나라 일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지난해 중국의 중산층 인구는 1억900만 명으로 미국의 9천200만 명보다 1천700만 명이나 더 많다고 했다. 이는 중국의 지난해 해외여행 인구수 1억2천만 명에 가까운 수치다. 중국 중산층 여행객이 많다는 증거다. 실상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유커들은 통 크게 지갑을 열었다. 유커 4명 중 1명이 쇼핑에 275만 원을 썼다. 이 수치가 지금처럼 해서는 계속 늘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봐야 한다. 바로 이웃에 구매력이 큰 중국이 있다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입국객 숫자 늘리기에만 치중하는 외화내빈(外華內貧) 정책을 고집해서는 일본이나 타이완에 고급 유커들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일본을 바라보자. 그들은 지난 20년 이상 잃어버린 시간을 겪으면서 지역 발전에 매진한 결과가 관광입국을 기치로 내건 바탕이 됐다. 도표만 봐도 하네다(羽田)공항 확장, 중점 관광구역 조성 및 미관 개선, 주거환경 정비 등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이 꾸준히 이뤄졌다. 경제규모는 그대로지만 질적인 발전은 크게 진전됐다.

 우리가 내수 진작의 핵심 사업으로 관광을 받아들인다면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잠재 고객 역시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러시아 등이 있다. 연간 600만 명 정도의 관광객 추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 확실하다. 지역별로 관광친화적 사업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필요하면 재정도 과감하게 투입해야 할 것이다. 잘나가는 산업도 그대로 더 키워야 할 테고,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성곽여행’, ‘고갯길여행’, ‘마음치유투어’ 등 외국 관광객을 사로잡는 특색 있는 관광상품 개발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어린 자녀와 함께 우리나라를 찾는 동남아 여행객과 중국인 ‘친쯔유((親子遊) 여행객’의 증가 추세에 맞춰 가족단위 외국인 체험관광과 고궁 박물관의 ‘스토리가 있는 여행’ 등 교육 관광상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도 일회성 관광에 그치고 지갑을 열 만한 동기가 제대로 부여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관광 외톨이 국가가 되거나 싸구려 관광시장으로 전락하게 될 뿐 아니겠는가. 중국의 부유층도 우리에게 ‘내수’ 대상이다.

 아시아 금융위기 극복이 대(對)중국 수출이었듯이 이번에는 유커 유치를 통해 우리의 내수 부진을 극복하려는 진지하고도 폭넓은 발상이 절실하다.

허허벌판에 세운 입간판의 ‘금 나와라 뚝딱’이 현실화되려면 카지노 같은 환상을 버리고 진정한 관광대국으로 뻗어 나갈 다양한 전략을 세우라는 주문이다. 선거 포퓰리즘보다 훨씬 중요한 오늘의 과제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운영되는 지역민참여보도사업의 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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