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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지난 주말 KTX 상행선 객차 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봄날을 만끽하려는 듯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특히나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앉았던 뒤쪽 대각선 자리에 네댓 살쯤으로 돼 보이는 남자아이와 엄마가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열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소음이 들리기에 쳐다봤더니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만화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이 없었는지 볼륨을 너무 크게 해 놓았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주위에 앉아 있던 다른 승객들뿐 아니라 비교적 멀리 앉아 있던 사람들까지도 일제히 쳐다볼 정도의 소음 수준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나서야 그 엄마는 스마트폰 볼륨을 줄이더군요.

 그러자 이번에는 아이가 짜증을 내며 떼를 쓰기 시작합니다. 엄마는 아이를 달랠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볼륨을 조금 높여 주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자기가 하던 일로 돌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볼륨을 조금 줄였다 해도 반경 5m 안 좌석에 있던 사람들은 공해로 느낄 수준의 소음이어서 계속해서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저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그 아이의 엄마는 또 다른 스마트폰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보고 있던 모양입니다. 그것도 이어폰을 두 귀에 착용한 채로 말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어폰을 아이에게 주고 다른 사람들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그 엄마는 종착역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폰을 낀 채로 자신의 즐거움에만 몰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탓에 다른 승객들은 3시간 가까이 불쾌한 마음으로 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승무원이 와서 주의를 주고 요청을 해도 그때뿐, 또다시 볼륨을 높여 주는 행태를 반복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불편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였습니다.

 사실 요즘 식당이나 커피숍 등 어린아이를 대동한 엄마들의 테이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소위 ‘맘충’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주위 사람들에게 큰 불편을 주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합니다.

 시각을 좀 바꿔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그 아이에게는 이런 상황이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요? 다른 사람의 불편쯤이야 아무것도 아니고 자신에게만 좋은 일은 계속해도 된다는, 그리고 엄마가 다른 해결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엄마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체득하지 않았을까요? 사람은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덕목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부모의 책임 방기일 것입니다.

 마침 같은 객차 안에 또 다른 엄마와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두 사람은 내내 얼굴을 마주 보고 웃으면서 다정히 속삭이며 대화를 했습니다.

 혹시라도 아이의 목소리가 커질라치면 얼른 입술에 검지를 대며 조용히 이야기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몸으로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극적으로 대비되는 두 가족의 모습에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5월 가정의 달입니다.

자녀와의 소통은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입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스마트 기기가 사람들의 삶을 엄청나게 많이 바꿔 놓았습니다. 그로 인해 매우 편리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소통’의 관점으로 본다면 스마트폰은 커다란 장애 요인이기도 합니다.

 부모·자식 간에도 얼굴 맞대고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일이 점점 더 줄어듭니다. 2014년 기준으로 음성통화를 제외한 1인당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 39분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약 18%는 스마트폰 중독으로 하루 평균 사용시간이 7시간에 달한다고 합니다.

 자녀와 마음이 통하는 제대로 된 대화를 하려면 먼저 주변의 장애물을 제거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이나 TV도 꺼 놓고 사랑을 담아 두 눈을 바라보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정성을 다해 대화에 임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부모의 사랑을 전하는 길이자 참된 소통교육일 것입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가족들과 진솔한 대화를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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