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대표 국가산업단지 남동인더스파크(이하 남동산단) 내 제조업들이 ‘부도 공포’에 휩싸였다.

최근 30년 동안 이곳에서 기업 활동을 영위해 온 중견기업 A사가 적자를 견디지 못해 부도를 내는 등 대기업 협력업체들을 중심으로 ‘연쇄 부도’ 여파가 엄습하고 있어서다. 특히 정부가 산업구조 개편 차원에서 대기업 구조조정에 본격 나서면서 이들 기업과 1·2차 협력관계에 있는 남동산단 내 중견기업은 물론 영세 하청업체들마저 ‘부도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암울한 얘기가 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차 협력업체인 A기업은 최근 부도를 내고 지난 2일 인천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2014년 기준 1천600여억 원의 매출을 올린 인천의 대표적인 중견기업이다. A기업은 최근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돌아온 주 매입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A기업 주 매입처들의 어음은 총 11억6천만 원이다.

A기업은 그동안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부터 적자 전환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부채 규모는 2013년 1천150여억 원에서 2015년 1천610여억 원으로 2년 동안 39% 늘었다. 업계에선 A기업의 부도 소식에 ‘올 것이 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남동산단 내 같은 업종의 B기업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이 업체도 삼성전자와 협력관계에 있어 더욱 그렇다. B기업은 2013년도 1천200여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TV 및 냉장고 등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소재를 납품하면서 덩달아 좋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B기업의 매출은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2014년 850여억 원에서 2015년에는 400여억 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동산단은 현재 7천400여 개의 제조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이 중 300인 이상 기업은 6곳이며, 50∼300인 이하 중견·중소기업은 315개 사에 이른다. 50인 미만은 무려 6천584개 사에 달할 정도다.

이번에 부도를 낸 A기업이 300인 이상 기업임을 감안할 때 남동산단 내 타 기업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나다. 그래서 업계에선 대기업 일변도의 수직적 구조를 탈피해 사업의 다변화를 통한 수익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그래야 연쇄 부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가 절감에서)대기업에 잘 못 보이면 신규 모델 물량에서 배제돼 기존 하청업체의 생산량은 줄어 매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원가 절감 때문에 인원을 줄이지만 가격 등이 대기업 입맛에 안 맞으면 항상 매몰차게 갈라서게 돼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경제전문가는 "대기업 경제구조의 문제는 2차·3차 협력업체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인천은 대부분 영세 제조업으로 작은 충격에도 미치는 파장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재균 기자 aj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