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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오는 7월부터 공무원 순환근무의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인사혁신처의 최근 발표가 있었다. 평균적으로 국가공무원의 약 68%가 채 2년도 안 돼 다른 자리로 옮기는 추세다. 실제 실무책임자인 과장이 자리를 옮기면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기까지 500일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그만큼 현실에 맞는 능동적인 정책입안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번 조치는 늦은 감이 크지만 그나마 다행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과연 개선책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시 된다고 할 수 있다. 공무원 순환 문제는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라 수십 년간 고질적인 문제로 계속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순환보직제는 청렴성을 높이고 두루 경험을 통해 전문가 양성에 도움이 되고자 시행한 정책이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얻은 것이 없는 정책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도리어 전문가는커녕 맛보기식 자리로 인해 일관성이 떨어지고 무책임한 자리만 양산, 일선에서의 불만이 누적돼 왔다.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심각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통계나 자료가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고 정책 수립을 이유 없이 늦추거나 다른 보직자가 올 때까지 의도적으로 법안 마련을 늦추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보직자가 나서서 일관성 있게 정책을 입안하면 사후 문제가 될 시 책임을 묻는다는 식으로 부담을 준다든지, 상급자와 의견이 다를 경우 밉보이는 것을 두려워해 국민의 뜻과는 전혀 다른 정책이 입안돼 나중엔 악법이 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자동차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및 환경부는 자동차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다. 워낙 다양한 주제와 복잡한 방정식이 얽혀 있는 정책도 많고, 이해관계가 엮여 있는 경우도 많아 쉽지 않은 분야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부처 간의 관련법이 복잡하고, 부처별 확인사항도 많아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무엇보다 중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순환근무라는 명목으로 1~2년의 짧은 근무시간으로 보직 순환이 되면서 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단절되는 사례가 항상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주요 부서 모두가 세종시에 있어서 10~20분의 미팅을 위해 서울 등지에서 하루를 버리는 일상은 항상 습관화된 상태다. ‘을’이나 ‘병’의 입장에서 ‘갑’을 만나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는 식의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자동차 분야 같은 전문 분야는 가장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다양하게 얽힌 만큼 더욱 세심한 공무원 보직이 유지돼야 한다. 한 보직에 최소한 3년 이상은 돼서 관련 정책 수립과 입안까지 확인하면서 이행되는 모습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한 자리에 수십 년간 자리매김하면서 국민들이 요구하기에 앞서 미리 정책을 입안해 조치하는 모습을 우리는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배워서 한국형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필요하면 전문가 도입을 통해 더욱 전문성을 높이고 실패하지 않는 성공적인 정책 입안이 필요하다.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움직이는 생활공간, 움직이는 가전제품으로 바뀌고 있다. 자동차 관련법의 변화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고, 빠른 법적·제도적 준비는 실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은 준비가 됐는데 정부의 준비 미비로 허탕을 하는 경우가 더 이상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공무원 순환근무 개선제가 공무원 사회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국민이 믿고 의지하는 정부로 다시 한 번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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