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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소설가
5월은 감사와 사랑의 달이라서 선물을 받을 일도, 선물을 할 일도 많다. 선물을 하는 입장에서 늘 고민하게 되는 것이 선물의 가치다. 선물의 고가 여부를 떠나서 받는 사람을 감동시킬 선물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내 마음을 담아 보내는 일도, 받는 사람에게 진한 감동을 주는 일도 어렵다. 어느 기업에서 5월 감사의 달을 맞이해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앙케트를 실시했다고 한다.

 직장인에게 물었다. 선물의 감동을 최고조로 높여 줄 나만의 필살기를 공개해 달라는 질문이다. 1위에 꼽힌 것이 ‘선물과 함께 손으로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동봉한다’였다. 선물을 고르는 나만의 방식이 있다면 공개해 달라는 질문엔 직설 화법이 최고다. ‘받을 사람에게 대놓고 원하는 것을 물어본다’였다. 이런 선물 하면 안 된다에는 ‘계절이나 시기가 지나 파격 떨이로 파는 유행 지난 상품을 선물하는 것은 고맙다는 생각보다 분노 유발 선물이 된다’였다.

 조사 응답자의 대부분이 젊은 층이라 연배가 있는 어르신과는 생각이 다를 수는 있어도 결론은 고가의 선물보다는 정성과 마음 씀이 담긴 선물이 더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편하고 빠른 편리성이 호평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선물도 시대의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어서 온라인 쇼핑몰이 호황이다.

 사고파는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살이가 함께 해 흥겨웠던 전ㅌ오시장의 몰락이 먼저였고, 각종 편의시설과 쾌적한 소비자 심리 마케팅으로 승승장구하던 백화점도 성장세가 둔해졌다.

 앉아서 간편하게 터치 몇 번이면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세상이다. 시간을 내고 정성을 들여서 찾아가는 수고를 대신해 주는 인터넷 쇼핑은 배달까지 신속해 섬이든 산골이든 지리적 제약 없이 현관 앞까지 전달해 준다.

 선물이 형식적이고 인사치레로 하락해 선물 고유의 가치 보존에 덜 의미를 갖게 한 배경이다. 빠르고 간편한 것을 선호하는 쪽으로 사람들 성향이 바뀌었으니 나도 그 중 한 사람에 속하겠지 싶다.

 간편과 빠름을 숭배하는 시대이기는 해도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는 정성이라고 생각한다. 기프티콘 보내기는 감동도 성의도 부족해 보이고 땡처리 때 대량 구매해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방출하는 것도 특별한 당신을 위해 마음을 담았습니다가 아니라서 비호감 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효율과 신속을 좋아하는 젊은이들도 감동적인 선물 전달을 위해 고민한다. 설레는 혹은 감미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선물 전달식을 거창하게 하는 것도 무조건 박수 칠 일은 아니지만 연인을 위한 이벤트로 선호하는 방법이라 밋밋한 선물 전달식보다 감동적이다. 준비하는 데 들인 시간과 노력을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의 어느 날에 불쑥 기습 선물하기, 포장에 정성을 들여서 예쁘게 싼 선물 주기, 트렌드에 적합한 최신의 핫아이템 선물하기도 센스 있는 선물 전달이라 예기치 못한 감동을 주는 선물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선물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도 팁으로 소개하고 있다. 결국은 상대방에게 필요한 선물을 마음을 담아 전하는 것 이상의 가치 있는 선물은 없다.

 물질이 우선인 세상이다. 선물 받는 쪽의 입장을 살펴서 가장 적당하다 싶어 선택한 선물이라도 받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선물 순위가 아닐 수 있다. ‘돈이 최고여, 용돈 주는 자식이 젤로 반가워.’ 하시는 어르신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거금 주고 사 준 건강보조식품이나 한방화장품, 비싼 가방보다 친구들과 맛난 음식점 가서 한턱 낼 수 있고 지금 꼭 필요해서 시장 노점에서 신발 한 켤레 살 수 있는 현금이 어르신들에게 가장 고마운 선물이 될 수 있다.

 내 나이도 만만하지 않아서인지 아들이 준 빳빳한 신사임당 현금을 받고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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