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친부모 대신 손자를 키워 온 할아버지에게 친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이 나왔다. 부모가 결정을 받아들여 이 내용이 확정됐다.

법원 화해는 당사자가 정해진 기간(2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그대로 따라야 한다.

22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A(64)씨는 1998년 아들 내외가 이혼하면서 맡긴 손자 B(19)씨를 17년 동안 대신 키웠다. 학교 급식사업을 운영하던 A씨는 손자에게 가정교사까지 붙여 과외를 시키는 등 양육과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하지만 A씨가 보기에 아들 내외는 손자가 자라는 동안 연락하거나 만나러 온 적이 없었고, 경제 사정이 그리 어렵지 않았음에도 양육비를 제대로 보내지 않았다.

설상가상 2009년부터 급식사업이 어려워지면서 A씨는 아들 내외를 상대로 '손자를 키운 몫'을 묻기로 했다. A씨는 지난해 아들과 며느리를 상대로 그동안 사용한 양육비 9천만원과 앞으로 필요한 양육비 명목으로 매월 10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의정부지법 제2가사단독 윤지숙 판사는 최근 A씨의 아들(43)이 양육비 3천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며느리(44)에게는 시아버지에게 총 1천20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아들과 며느리 모두 법원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소송을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손자녀를 키운 조부모가 자식인 친부모를 상대로 양육비를 청구해 승소한 드문 사례"라며 "손자녀를 키운 조부모가 자식들에게 '용돈' 개념이 아닌 '월급'의 형태로 양육비를 청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임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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