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중구 답동에 위치한 신흥초등학교에는 오래전부터 온갖 학교괴담과 함께 구전돼 온 동굴이 있다. 동굴은 이 학교 운동장 한 모퉁이 펜스로 둘러쳐져 외부인은 물론 학생들조차 쉽게 접근할 수 없다.

이원신 교장은 지난 19일 이곳 동굴의 존재를 본보 취재진에 처음 소개했다. 그는 동굴로 통하는 창고 자물쇠를 열고 기자를 안내하며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지하 통로인 것 같다"고 했다. 또 "동굴은 학교 담장 중간쯤 있는 방공호 입구와도 이어져 있다는 동네 어르신의 말을 들었다"며 동굴 규모가 꽤 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1980년대까지 이곳 동굴은 학교를 관리하는 소사분들이 관사로 사용하며 입구 안쪽을 막아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이날 동굴 안으로 들어가 봤지만 콘크리트 벽에 막혀 더 이상 진입이 불가능했다.

신흥초교는 동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고자 했지만 1998년 학교를 신축하면서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당시 자료를 소실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때 방공호와 군수창고, 물자 수송로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항동 파라다이스호텔 아래서도 동굴이 확인<본보 2015년 12월 1일자 19면 보도>돼 중구는 예산을 들여 동굴 탐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자유공원에서부터 연결(추정)되는 ‘비밀의 문’이 열리면 관광자원 또는 주민 건강쉼터, 교육공간 등으로 활용할 전망이라고 구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여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파라다이스호텔 밑 동굴 조사를 아예 안 한 건 아니다. 담당자가 바뀌는 등 내부 사정도 있었고,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때문에 동굴 활용을 기대했던 지역 내 역사·문화활동가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옥엽 인천시사편찬위원회 전문위원은 "신흥초교에도 동굴이 있었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며 "광명동굴과 같이 관광화하기 위해선 중구 등의 탐사가 이뤄져 동구대로, 산곡동 등에서 발견된 동굴들에 대한 규모 등 조사와 가치 재조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김윤식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미림극장 주변 동굴부터 이번에 발견된 신흥초교 동굴까지 인천 전역의 동굴 전수조사를 진행해 관광상품 가능성을 따져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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