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와 인천시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시의회가 시 산하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임원들에 대해 본회의 참석을 강제하는 조례안을 발의한 게 발단이다.

시 집행부는 공사·공단과 출자·출연기관 임원까지 본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상위법령에 규정이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분상 공무원도 아닌 사람을 본회의에 참석시키는 것은 엄연한 권한 남용이라는 해석에서다.

이 때문에 시의원들이 단단이 뿔이 났다.

노경수 시의회 의장은 7일 열린 제233회 정례회 본회의 때 작심한 듯 집행부에 비난을 쏟아냈다.

노 의장은 "인천시 산하 공기업 대표들과 출자·출연기관들의 방만 운영과 소통 부재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며 "집행부를 견제하는 민의의 기관으로서 시민 혈세를 쓰고 있는 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시 산하 기관을 단순히 비판하기보다 협치의 차원에서 함께 시정현안을 공유하고자 본회의 출석을 의무화하는데 되레 집행부가 반기를 들고 있다"며 "지방자치의 본질을 망각하고 법리로만 해석하려는 집행부의 행태에 심히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는 지방자치법상 본회의 참석은 관계 공무원만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

시는 이미 행정자치부와 법제처에서 이 같은 질의 회신을 받고 시의회에 입장을 나타냈다.

상황에 이렇게 되자 시의원들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미 2014년 시의회 상임위원회에 공사·공단 및 출자·출연기관 임원을 출석할 수 있도록 ‘인천시의회 운영 조례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이번 역시 상위 법령에 어긋나지만 얼마든지 조례를 개정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현재 서울시가 비슷한 조례로 공사·공단 임원을 본회의에 출석시키고 있어 인천시라고 해서 못할 이유는 없다는 주장이다.

일단 시의회는 이날 운영위원회 상임위를 열어 조례 개정안 통과를 감행했다.

해당 조례안은 본회의 폐회 때 의원들이 의결하면 시 조례규칙심의회 심의를 거쳐 조례로 확정된다. 시가 시의회의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조례규칙심의회 심의와 유정복 인천시장 판단으로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집행부 입장에선 상위법령에 어긋나 시의회에 반대 의견을 개진했을 뿐"이라며 "추후 조례규칙심의회나 관련 부서 검토를 거쳐 조례에 대한 판단 기준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ljh@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