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공사(이하 공사)가 준공 승인도 안 된 영종도 미단시티 주변 자체 사업부지(2단계)를 투자자들에게 매각해 토지대금 회수에 애를 먹고 있다 .

8일 업계에 따르면 공사가 복합리조트 유치를 추진 중인 미단시티 주변 자체 사업부지(전체 면적 42만3천㎡) 중 ▶단독주택(7만㎡) ▶임대주택(2천㎡) ▶일반상업(2만7천㎡) ▶근생시설(8천㎡) ▶준주거(5만6천㎡) 등 용지는 토지매매계약이 100% 끝났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천581억 원에 이른다.

전체 토지대금 4천179억 원 중 38% 정도의 계약금을 공사가 받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회수된 돈은 735억 원(17%)에 불과하다.

토지매매계약을 성사시켜도 대금은 들어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공사가 이미 수립한 연차별 투자금 회수계획은 모두 틀어진 상태다.

올해 투자금을 회수하기로 한 646억 원 중 고작 67억 원만 공사 통장에 들어왔다.

미단시티 주변에 복합쇼핑몰을 추진 중인 부동산 개발업체 ‘굿몰’이 대표적이다. 굿몰은 현재 공사에 납부해야 할 부지 매입대금 402억 원 중 계약금 40억 원만 냈다. 1차 중도금 36억 원마저 내지 못해 지금까지 연체된 금융비용만 2억5천6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굿몰이 토지대금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단시티 내 추진 중인 복합리조트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한데다가 땅을 사고도 공사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지 못해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서다.

이는 공사가 도시기반시설 준공 승인도 안 된 2단계 자체 사업부지를 투자자들에게 먼저 팔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준공이 나지 않은 토지는 법원에 소유권 이전등기도 할 수 없어 땅을 담보로 한 자금 조달이 어렵다.

이에 따라 공사가 땅을 팔고도 제때 돈을 받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현재까지 회수한 비용마저도 잘못하면 금융권에 모두 돌려줘야 할 판이다. 공사가 해당 토지 판매만을 염두에 두고 투자자들을 위해 ‘보증’을 섰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협약 대출’이다.

공사는 투자자가 부지에 대한 소유권이 없어 금융권으로부터 ‘토지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는 점을 감안해 이 방법을 편법으로 사용했다. 미단시티 개발과 관련해 공사가 내년 9월까지 금융권에 갚아야 할 채무는 4천812억 원이다.

그래서 공사가 2단계 사업부지를 투자자들에 팔면서 택한 ‘보증’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공사를 옥죄는 ‘부메랑’이 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한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협약 대출은 (편법이 아닌)제도권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자금 조달 방법"이라며 "준공 전에 토지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보편적인 방법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안재균 기자 a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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