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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성환 인천시문화예술자문위원·문화기획자
‘예술은 쓸모 있는 것인가, 아닌가’를 취업률에 빗대어 산출하고, 답 없는 문화예술사 자격증을 독려하고, 프라임 사업에 의한 대학 구조조정 등 교육부 정책이 예술가들을 자괴감에 빠지게 만드는 요즈음. 본업이 가수인, 다른 사람 시켜 화투 그림을 그린 연예인 조영남 씨와 미술 현장의 몰이해와 텍스트로만 미술을 알고 있는 진중권 정치논객 덕분에 미술계가 덩달아 말이 많다.

 이들의 염치없는 언어유희(言語遊戱)의 어긋난 작태로 미술계에서는 대작이 관행이라는 오해를 불러오게 했다. 대중들이 듣기엔 다소 생소한 미술사조와 유명 작가의 작업 방식을 빗대어 가며 미술계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대작행위를 관행인 양 언급하고, 다른 사람을 시켜 그리는 행태가 미술인의 일반적 행위로 호도되고 있는 답답함을 야기시키는 공분(公憤)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미술계 논란을 바라보며 필자는 미술가와 주민이 함께 만들며 소통하는, 협업을 통한 공공예술, 커뮤니티아트(community art)를 전해 드리고자 한다.

 ‘공공예술, 커뮤니티아트, 지역공동체 문화 만들기’는 인천문화재단의 기획사업으로 ‘문화로 함께 성장하는 지역공동체’를 목표로 지향한다. 문화를 통한 지역 활동의 가능성을 발견함과 동시에 공동체와 예술가가 함께 소통하는 과정, 그리고 그 관계에 의미를 담는 프로젝트다.

 지역공동체 문화 만들기는 인천의 원도심을 중심으로 도서지역 포함, 인천 전역과 강화·옹진 섬 등에서 주민 밀착형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해당 지원사업의 성격상 사업의 주최자들인 예술가들이 지역을 터전으로 삼고 있는지와 가장 밀접하게 결부된 참여 구성원들의 지역에 대한 애착심과 프로젝트의 밀도감, 지역주민과의 소통에 대한 기대에 주목했다.

 너무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보다는 지역 상황을 고려한 선택적 콘텐츠 기획을 세우고 집중해 프로젝트 콘텐츠의 우수성을 키우고, 문화커뮤니티 아이템은 의뢰자(지역주민)와 예술가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하며 진행됐다.

 인천문화재단의 지역공동체 문화 만들기는 5~12월 기간 동안 매년 인천 전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공공예술을 실행시켰다.

 버려진 폐가구를 이용해 공원 의자와 화단을 만들고 유치원 옥상 벽화 작업, 원주민과 이주민의 시민창작극, 야외공연, 노인정 방문 미술 체험, 마을 사랑방 꾸미기와 연못 만들기 같은 다양한 예술적 체험을 예술가와 지역민들이 함께 만들고 소통하고자 노력했다.

 한국문화콘텐츠고등학교의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열려 있는 문화공간을 위해 학교 담장을 허물며 이웃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만만만’이란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역공동체 문화 만들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아마도 흔히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소박한 일상의 기쁨에 있다. 거창한 미술사조를 좇은 것도 아니고 유명 작가가 참여하지도 않았지만 예술가와 주민들은 협업을 통해 해체되고 침체된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소통이라는 최고의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끝으로 37살에 고인이 돼 버린 청년조각가 구본주가 생전 남긴 작가노트로 ‘미술을 왜 하는가’와 ‘대중미술 본연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다.

 "기본적으로 전시장이 지하인데다가 재료 자체가 워낙 무거운지라 설치하는 데 무척 고생을 했다. 전시 전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도와준 동기며, 후배들이 너무 고맙다. 나에 대한 기대와 믿음으로 지켜봐 주는 동기, 후배 녀석들은 나의 재산목록 1호이다. 아무리 무거워도 와서 봐주고 옮겨주고 싶은 작품이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한다. 그들이 나의 든든한 빽이 되듯, 나 또한 그들의 그러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힘이 닿는 데까지 노력할 것이다. 서로의 영원한 동반작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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