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김홍기 화백>
인천의 공복(公僕), 그들에게 인천시민들은 없었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중재로 인천시 담당 과·팀장들과 3시간을 맞대면한 민원인들은 마치 벽을 보고 말하는 듯한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16일 오전 10시께 인천시청 재난안전본부 회의실. 권익위의 중재로 시 재난예방과·시설계획과·항만공항시설과·하수과·수질환경과·경제자유구역청 개발계획총괄과 등 6개 부서의 과장과 팀장 10여 명과 시민대표 6명이 마주 앉았다. 지난 15년 동안 악취 등 환경 개선 민원의 진원지 용현갯골수로의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용현갯골수로 상부지역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반려하고 유수지 등으로 도시관리계획 입안제안을 취하한 이유에 대해 시 관계자는 민원인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세요." 중재에 나선 권익위 사무관이 입을 뗐다. 대책 없이 흘려보낸 15년 세월만큼이나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딴청들이었다.

"시가 권익위에 보낸 자료는 반려 사유에 대한 두루뭉술한 대답들뿐었어요. 여기 참석한 분들이 민원인을 설득할 답변을 내놓지 못하겠다면 국장급 회의를 요청할까요?" 사무관이 자신을 빈정거리는 듯한 침묵이 10여 분 계속되자 참석 공무원들에게 던진 말이었다.

참석한 시민대표들은 점점 얼굴이 붉어지며 의자를 들썩였다. "권익위의 조정으로 시장은 2015년 1월 공유수면 매립을 하기로 협약서에 서명했습니다. 공무원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어요." 참다 못한 한 주민이 공무원들에게 쏘아붙였다. 그 뒤에도 공무원들의 입은 역시 열리지 않았다. ‘떠들어라! 그래 나는 모른다’식이었다.

"확실한 답변을 지금 못하고 있는데 지금 조정에는 왜 응하셨나요?" 황당한 표정의 사무관이 되물었다. 6개 부서 참석자들은 또다시 고개를 떨구고 책상 위 서류를 멍하니 쳐다봤다.

언성을 높이는 시민대표들과 한 치의 접점이라도 찾으려고 애쓰는 권익위 사무관, 모르쇠 공무원의 딴짓, 3시간 정도의 중재 회의는 이렇게 끝났다.

중재 회의를 통해 무언가 성과를 얻어내려 했던 시민대표들의 얼굴은 울그락불그락했다. 기도 안 찬다는 표정들이었다.

시민대표들은 행정심판과 감사원 감사 청구를 강구할 심사다. 시청 앞 농성 등 실력 행사에 나설 심사도 내비쳤다. 15년간 무작위(無作爲)로 남구 용현동 주민들을 농락한 공무원들은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이승훈 인턴기자 hun@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