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들 반찬은 닭볶음탕과 미역냉국, 김자반, 오징어젓갈입니다. 각자 맡은 대로 조리해 주세요."

 지난 11일 오전 10시.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3동 주민센터 지하주차장에 모인 주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종 채소들을 썰고, 미역을 물에 불리고, 매콤한 양념장 만들기에 정신이 없다. 식재료 양으로 봤을 때 100∼200인분은 족히 돼 보인다. 2시간 정도 지나자 지하주차장은 코끝을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찼다.

 2013년부터 저소득 홀몸노인들을 위해 사랑의 반찬 나눔 봉사를 벌이는 상대원3동 행복마을 추진위원회(위원장 박복순). 성남지역 유일의 순수 민간봉사단체라 상대원3동을 포함한 하대원동·금광동 등 인근 주부들이 회원(32명)이다.

 이 지역 차상위계층 170여 명 가운데 형편이 어려운 홀몸노인 40명을 선정, 한 달에 2번 보름 치 정도의 반찬을 만들어 준다.

 반찬을 전달할 때는 직접 방문해야 한다. 노인들의 거동이 불편한지 등 건강상태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화 연락이 안 되거나 수령하지 않을 경우는 ㈔참사랑복지회 상대원3동 복지회관과 연계한 복지사례 관리도 들어간다. 반찬 나눔을 통한 봉사가 자연스럽게 복지그늘 관리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단체다 보니 별도의 지원은 없다. 17명의 개인이 월 1만 원을 후원하고 있지만 국을 포함한 4가지 반찬 식재료비 40만∼50만 원 선에는 미치지 못해 매번 어려움이 따른다. 대상자를 40명으로 한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정순옥 총무는 "정말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이 많은데 매번 회원들에게 손 벌리는 것도 어렵고, 그렇다고 그분들을 놔두고 그만둘 수도 없어 고민이 적지 않다"며 "그래도 잘 드시는 모습을 보면 힘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2009년 상대원3동 주민자치 복지위원들이 취약계층 가정 방문을 시작으로 결성된 행복추진위는 반찬 나눔 외에도 생신상 차리기(연 40회)와 절기음식(떡국, 삼계탕) 나누기 경로행사, 기금 모금 바자회, 김장 나누기, 실버·주니어(청소년) 마을 청소 등에도 나선다. 절기음식 행사는 이웃 동네에서 소문을 듣고 오는 노인들까지 총 4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음식봉사다. 지원도 없고 넉넉지 못한 후원이지만, 회원들 모두가 각종 지역 행사에서 떡과 음식을 판매해 모은 성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박복순 위원장은 "조리시설이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고 주차장 바닥에서 조리하는 등 열악한 여건이지만 군소리 없이 봉사하는 회원들의 모습이 대견할 때가 많다"며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향한 실천이 더불어 잘 사는 행복한 마을로 이어질 수 있도록 회원들과 더욱 단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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