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에서 10년 넘게 죽음을 앞둔 암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봉사단체가 있다.

하얀손길은 지난 2002년 의정부시에서 마련한 호스피스 교육을 받은 20여 명의 회원들이 한마음이 돼 결성한 단체로 암환자를 비롯해 중증장애인, 홀몸노인 등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해 오고 있다.

회원들은 단체를 꾸리기 전부터 각자 봉사활동을 해 오던 중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교육’을 통해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이들은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나 간호사처럼 하얀 옷을 입고 있지는 않지만, 힘들고 지친 이웃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는 의미로 단체 이름을 ‘하얀손길’로 정했다.

이들은 환자들의 가정을 방문해 그들의 ‘말벗’이 되는 데 힘쓴다. 환자들은 암으로 몸이 아픈 것은 물론 돌봐줄 이들이 없다는 고독함에 더 힘들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3번씩 주기적인 방문 외에도 수시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곤 한다.

첫 만남에서 환자들은 지친 몸과 마음에 회원들을 경계하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대화를 나누고 함께 하다 보면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이웃들과 소통을 시작하는 등 병세가 완화되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얀손길은 2인 1조로 암환자들의 집을 찾아 안부를 묻고 함께 병원에 가거나 반찬거리를 장만하는 등 가족의 역할을 다한다. 특히 해가 갈수록 거동이 불편해지고 경제적인 여건으로 외출이 어려운 환자들과 봄·가을 교외로 나들이를 떠난다. 환자들이 바람을 쐬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뿌듯하다.

특히 한 70대 노인이 "자식들이 해 준 환갑잔치 때보다도 즐거웠다"며 미소 짓던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거라 말한다. 이들은 암환자 외에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함께 한다.

노숙인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기도 하고, 장애인복지관과 요양원 등을 찾아가 목욕·배식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봉사를 위해 각자 발마사지, 수지침 등을 배우기도 하고 전문요양인 자격을 취득한 회원들도 있다.

회원들은 자원해서 시작한 봉사활동이지만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다고 입을 모은다. 1년 넘게 돌봐 오던 환자가 결국 세상을 떠나면 가족을 잃은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

초대 회장 최계옥(62·여)씨는 "돌보던 환자가 떠나면 그 아픔이 몇 개월간 계속된다. 하지만 결국 이를 치유할 수 있는 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또 다른 환자들을 돌볼 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20여 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박경희(57·여)회장은 " 환자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이들이 마지막 날까지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계속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정부=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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