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공사(이하 공사)가 토지대금을 완납하지 않고도 아파트 분양사업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말이 많다. 공사가 규정을 완화할 경우 자금력이 없는 개발사업자도 토지대금을 모두 내지 않고 사업을 벌일 수 있어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4일 공사에 따르면 현행 규정에는 토지매매계약이 체결돼도 중도금과 잔금을 현금 또는 이에 상응하는 조건으로 완납해야 토지 사용이 가능하다. 지금 공사의 토지 사용 승낙 결정은 주 5회가 될 정도로 빈번하다. 공사의 대금 완납을 전제로 한 기존의 토지 사용 승낙 조건은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개발사업자가 부동산 개발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자금력 없는 개발사업자가 사업을 벌여 말썽을 빚는 일이 가끔 발생했다.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 주변 땅을 매입한 A업체가 그렇다. 이 업체는 계약금을 낸 이후 1·2차 중도금을 내지 못해 공사가 대출보증까지 했다. 그런데도 공사는 ‘토지 사용 승낙’이란 잠금장치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수천억 원대 유동성(자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구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토지계약을 완료해도 매입자의 자금력이 없어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이 있다"며 "토지 사용 승낙 규정을 완화해 줄 경우 선분양 등이 가능해 자금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부동산업계에서는 공사가 토지 사용 승낙 조건을 완화하려는 것은 시장 상황은 감안하지 않은 채 토지 매각을 목적으로 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토지 사용 승낙을 완화하면 기획부동산업자 등 투기세력만 몰려 지역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SH공사는 이미 규정을 완화해 운영하고 있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토지 사용 승낙을 완화했을 때 발생할 문제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안재균 기자 a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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