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문일여자고등학교 부지에 지역주택조합방식으로 아파트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사진은 문일여자고등학교 부지.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 인천 문일여자고등학교 부지에 지역주택조합방식으로 아파트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사진은 문일여고 부지.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인천시교육청 고위 공무원 P(58)씨와 지역 건설업체 Y사 K(57)이사를 비롯해 돈거래에 가담한 인물들이 돈의 출처를 지우느라 용쓰는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사업상 돈거래는 만일의 일에 대비해 통장 입출금을 통한 인과관계를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경우 현금 거래로 사용처까지 돈의 자취를 아예 없애려는 암약의 시도가 읽힌다.

본보가 입수한 녹취 음원에 따르면 K이사는 현금 4천만 원을 갖고 지난해 6월 26일 남동구 간석동 한국교직원공제 인천회관 내 문성학원 학교 이전 및 재배치 사업 시행사 사무실에 나타났다.

나머지 6천만 원도 K이사가 배달시킨 돈이다. 하나 같이 돈이 오고 간 정황을 숨기기 위해 통장이 아닌 현금 거래였다.

나머지 2억 원의 거래도 수상쩍다. 시행사 B(51)대표와 이청연 교육감 지인인 L(58)씨는 그해 7월 2일 오전 지역 건설업체 Y사 사무실로 찾아가 K이사에게서 2억 원을 직접 건네 받았다.

L씨는 이날 오후 간석동 베스트웨스턴 인천 로얄호텔에서 2억 원과 보관 중이었던 1억 원을 합해 이 교육감의 비선 조직 최측근인 L(62)씨에게 전달했다. 수월한 통장 거래를 놔두고 굳이 발품을 팔아가며 현금 거래를 한 것이다.

돈거래 은폐 시도는 차용증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돈거래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제3의 인물을 채무자로 내세웠다.

K이사에게 3억 원을 빌린 것처럼 꾸민 제3의 인물은 시행사 B씨로 문성학원 학교 이전 및 재배치 사업을 추진했던 시행사 대표였다.

이는 고위 공무원 P씨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로 풀이된다. P씨는 교육청과 관련된 건축사업을 벌여 왔던 K이사를 오래전부터 알아왔고, 문성학원 학교 이전 및 재배치 사업의 파트너로 B대표에게 소개했다.

문일여고나 한국문화콘텐츠고를 새로 지을 경우 시공사를 Y사로 선정하자는 암묵적 거래였다.

시행사 입장에서는 학교 이전 및 재배치 사업이 가시화할 경우 시공사에 공사비를 지불해야 한다. 어차피 나갈 돈이라면 선급금 조로 K이사에게 3억 원의 채무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차용증에 채무자로 남는 것은 사업 확정을 위한 일종의 보험이었던 셈이다.

P씨는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돈거래에 대해 입을 굳게 닫고 있다.

그는 "K이사와 돈거래를 한 사실을 몰랐고, 지난해 6월 26일 거래 현장인 사무실에 있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돈거래 현장에서 ‘차용증’을 쓸 것인지, 학교 이전 및 재배치와 관련해 확약 성격인 약정서를 맺을 것인지에 대해 현장에서 자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는 K이사가 내놓은 돈이 1억 원이 맞는지 5만 원권 지폐를 직접 세기도 했다.

차용증 상 채무자인 B씨는 "P씨를 비롯해 돈거래에 관여했던 인물들은 사용처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돈의 사용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대목이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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