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 고위직 P(58·3급)씨는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의 자금 마련 지시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이 교육감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2014년 선거 당시 선거대책본부 사무국장을 맡았던 최측근 L(62)씨도 "개인 빚을 갚기 위해 빌린 것뿐"이라며 "교육감과 연관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해명은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3억 원을 마련하는 과정부터 납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은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자금 마련을 극비에 부쳤다. 3억 원을 마련한 지역 건설업체 Y사의 K(57)이사는 당시 ‘이처럼 돈을 모으는 행위 자체가 범법행위’라고 단정했다.

K이사는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조금씩 나눠 돈을 뺐다. 한꺼번에 2천만 원 이상을 은행에서 인출할 경우 돈의 사용처에 대해 의심을 받을 수 있어서였다.

"P씨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사비로 자금을 마련했다"는 K이사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뒷돈의 사용처가 밝혀질 경우 사법처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K이사는 이미 감지하고 있는 터였다.

K이사는 "3억 원을 마련하려면 직원 등 지인 3명을 돌려가며 돈을 빼내는 수밖에 없다"며 "몇 바퀴를 돌려 자금을 세탁해야 의심을 덜 받을 수 있다"고 설명까지 했다.

교육감과 관련 있는 채무를 대신 갚지 않는 것이라면 굳이 극비리에, 그것도 편법을 쓰며 돈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 돈거래가 없는 ‘제3의 인물’을 내세워 가짜 차용증을 쓸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시행사 B(51)대표는 K이사가 마련한 뒷돈을 이 교육감의 최측근인 L씨에게 전달하면서 K이사와 3억 원짜리 가짜 차용증을 주고받았다.

최측근인 L씨와 이 교육감의 지인인 L씨 역시 K이사와 차용증을 쓰지 않고 둘 사이 차용증이 오갔다. 최측근인 L씨가 지인인 L씨에게 3억 원을 빌리는 형식이었다.

그들의 말대로 생활이 곤궁해 K이사에게 돈을 빌린 것이었으면 은행 계좌를 통해 얼마든지 거래할 수 있었다. 또 실제 채권·채무관계인 K이사와 최측근 L씨가 차용증을 주고받으면 될 일이었다.

게다가 P씨가 K이사에게 빚 1억 원을 대신 갚을 일은 더더욱 아니다. P씨는 지난해 연말 K이사에게 1억 원을 갚았다. P씨는 이를 두고 K이사에게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최측근 L씨와 지인 L씨는 시행사 B대표에게 3억 원을 주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B대표가 K이사에게 차용증 내용대로 빌린 3억 원을 갚으라는 의미에서다.

최측근 L씨 말대로 생활이 어려워 K이사에게 돈을 빌렸다면 직접 갚으면 될 일을 B대표를 통해 빚을 변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P씨를 포함해 두 L씨가 이 교육감이 관련된 사실을 덮기 위해 이미 입을 맞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P씨는 사법기관의 조사를 대비해 시나리오를 짰다고 B대표에게 말하기도 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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