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무역시장의 판도가 바뀐 지는 꽤 오래됐다. 21세기 들어 자유무역협정(FTA)이 그 흐름을 주도하는 형국이다. FTA는 산업적 측면에서 양면의 ‘칼날’과 같다. 시장 개방이 그렇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FTA에 사활을 걸다시피 한다.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가 앞서기 때문이다. 피해를 보는 측면도 있다. 농업이 대표적이다.

1차산업으로 분류되는 농업은 늘 FTA의 ‘희생양’으로 부각된다. 국내시장이 개방되면 값싼 외국산 농산물이 한정된 ‘파이’를 잡아먹고 있어서다. 농업인들에게는 시련과 도전의 연속이다. 정부가 전 세계 무역 국가를 대상으로 FTA를 체결할 때마다 농업인들은 가슴을 쓸어내린다는 표현까지 하고 있다. 그때마다 ‘위기’라고 되뇌인다.

 ‘위기 속에 희망’도 있는 법이다. FTA 체결로 우리 시장이 열리면 상대국 시장도 열린다. 시장 개방 확대가 그것이다. 이 기회를 살릴 우리 농업의 미래는 무엇인가. 단연 ‘농식품의 수출 상품화’다. 과거 식량 안보 차원을 넘어 이제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

요즘 전 세계 농산물 시장에서 경기도 농식품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도와 경기농림진흥재단(이하 농림재단)이 노력한 결과물이다. ‘수출’이라는 기회의 문을 두드려 도내 농식품 수출 증대에 적극 나서겠다는 전략이 주효했다.

 올해 도의 농식품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지금 농림재단은 대중국 수출 판로 개척을 위해 ‘킬러’ 상품 발굴 등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농업 성장 동력 창출로 ‘4차 산업혁명’ 시대 파고를 넘고 있는 경기도 농업의 발전상을 들여다봤다.

▲ 경기도 농식품 베트남 현지 대형마트 판촉전.

# 경기도 농식품 수출 효자 노릇 톡톡

한국 경제의 두 자릿수 수출 하락 국면 속에 경기도의 농식품 수출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5월에는 농식품 수출액이 1억1천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수출 실적을 집계한 이후 월간 최고 수출액이다. 도는 3월 1억200만 달러로 월간 첫 ‘1억 달러’ 농식품 수출 시대를 열었다. 4월에는 1억500만 달러 등 수출 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농산물 수출 상승세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5월까지 집계된 도의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총 4억9천233만 달러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억5천928만 달러 대비 37%나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도 산업 전체 수출액이 20% 감소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5월 한 달 동안 도 농식품을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2천937만5천 달러로, 전체 수출실적의 24.6%를 차지한 중국이다. 이어 미국 1천897만6천 달러(15.9%), 일본 1천416만8천 달러(11.9%), 베트남 537만5천 달러(4.5%) 순으로 집계됐다.

중국·타이완 등 중화권, 동남아시장의 경우 한국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인기에 따른 한류(韓流)의 영향이라고 도는 분석한다. 미국은 소비심리지표 상승 추세로, 일본은 엔화가치 상승 등 수출 여건 개선이 수출 증가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 외 할랄지역(이슬람 협력기구 57개 회원국)의 5월 농식품 수출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445만5천 달러, 인도네시아 126만7천 달러(9%↑), 말레이시아 114만6천 달러(92%↑) 등 아세안 국가들의 수출도 증가세를 보였다.

수출 증가 품목은 김이 784만7천 달러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고 비스킷 351만4천 달러(300%↑), 라면 292만7천 달러(92%↑) 등 9개 품목이 상승세를 기록했다.

▲ 농림재단의 농식품 수출유망상품 발굴 용역 착수보고회.

# 도·경기농림진흥재단, 적극적 해외 마케팅

도는 농식품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도 중국·아세안 등 주력 시장 공략 및 시장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을 추진한다.

도는 수출 기반 확충과 신규 시장 개척을 통해 지속가능한 ‘수출 농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다양한 해외 판촉전과 국제 박람회 참가, 해외 바이어 초청 등 각종 마케팅 홍보 강화에 나선다. 도 농식품의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들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중국·베트남에서 도 우수 농식품 해외 판촉·홍보전을 진행했다. ‘2016 상하이 국제식품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공격적인 도 농식품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롯데마트와 메트로마트, K-마켓, 이온몰 등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대형 마트에서 지난달 13∼22일 ‘도 우수 농식품 판촉전’을 가졌다. 이 행사에선 안성포장곰탕과 안성쌀, 버섯, 김류, 인삼류, 장류, 차류 등 30여 종류의 도내 우수 농식품을 현지에 알려 좋은 반응을 얻었다.

농림재단도 올해 하반기 단일 국가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식품시장을 가진 중국 수출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농림재단은 중국과 FTA 체결로 14억 명의 잠재적 수요자를 확보했다는 판단 아래 한국 농식품의 프리미엄 이미지 등으로 도 농식품 수출 확대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중국 칭다오(靑島)에 도 농식품을 알릴 수 있는 ‘홍보관’ 운영을 추진한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손잡고 물류·마케팅 기능이 복합된 냉장·냉동 물류센터가 칭다오에 건립되면 여기에 ‘경기도 홍보관’을 설치해 도 농식품의 중국 시장 수출 활성화 및 현지 마케팅을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농림재단 관계자는 "중국 농식품 트렌드를 겨냥한 제품 발굴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며 "여전히 한류에 대한 중국인의 호감도가 높고, 조제분유·유자차·김 등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소비 저변 확대가 이뤄지고 있어 대중국 수출은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 경기도 농식품 베트남 현지 대형마트 판촉전.

# FTA 활용 통한 ‘농산물’ 수출 증대가 우선

농식품 수출은 2010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농산물과는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아 국내 농업 기여도는 낮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내놓은 ‘농식품 수출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농식품 수출 상위 10개 품목 중 순수 국내 농산물은 ‘인삼’이 유일하다.

농식품 수출액 상위 품목 1위는 궐련(담배)이 8억8천720만 달러를 기록해 전체의 14.5%를 차지했다. 이어 음료 2억9천370만 달러(4.8%), 커피조제품 2조7천230만 달러(4.5%), 라면 2억1천880만 달러(3.6%)로 뒤를 이었다. 인삼은 1억5천510만 달러로 5위를 차지했으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했다. 설탕과 비스킷, 제3맥주, 조제분유, 소주 등 등수에 포함된 나머지 품목들은 모두 식품이었다. 이 중 국내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한 가공품도 궐련, 음료 등 일부에 불과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농식품 수출은 국내 농산물과 직접 연계되지 않거나 또는 연계가 적은 상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농식품 수출에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수출 규모 확대가 아니라 국내산 농산물의 새로운 시장을 확대하고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FTA 활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특화된 FTA 대응 지원도 요구된다. FTA 이행으로 체결국 상호 간에 부과되는 관세가 점점 더 낮아져 FTA 활용률은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유독 농식품 수출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역시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이곳의 ‘FTA를 활용한 농산물 수출 증대 전략 연구’ 결과에서도 현재 우리나라 농식품이 FTA 체결 상대국으로 수출될 때 FTA 특혜관세 혜택을 받는 비율은 23% 수준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FTA 상대국이 우리나라로 농식품을 수출할 때 혜택을 받는 비율인 63%와 견줘 매우 낮은 수준이다. 연구 결과 이처럼 낮은 FTA 활용률은 국내 농식품 수출업체의 영세성에 기인한다고 분석됐다.

농촌경제연구원 이상현 연구위원은 "수출농가단지·수출업체·관련 기관에 지속적으로 제도를 홍보하고, 농산물 수출에 특화된 FTA 전문가를 양성·고용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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