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만공사의 남항 국제여객부두와 터미널(골든 하버) 건설사업은 애초 ‘욱여넣기’ 식이었다. 인천항 전체에 대한 깊이 있는 진단 없이 항만업계의 입김을 타고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얘기다. 그 폐해가 지금 서서히 나타나 인천항 전체 개발 밑그림을 옥죄고 있다.

▲ 송도국제도시 9공구 남항에 국제여객부두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 송도국제도시 9공구 남항에 국제여객부두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골든 하버 건설사업은 여객 수와 물동량의 증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여기에 내항 재개발을 비롯해 인천항 전체의 기능 재배치와 맞물려 있다.

당초 남항에 2011년까지 10개 선석을 개발하기로 하고 이에 맞은 국제여객터미널을 건설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옛 기획예산처)는 2006년 8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인천남항 국제여객부두 방파 호안 건설사업 예비타당성’ 보고서를 내놓았다.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10개 선석일 때 0.64, 7개 선석일 경우 0.69로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기존의 국제여객부두 시설을 보완해 활용하면서 여객 수요와 크루즈 선박의 인천항 기항이 증가할 수 있다는 근거가 어느 정도 확보될 때 새 국제여객부두와 터미널을 건설하도록 정책제언을 했다.

또 새 여객부두와 터미널을 건설하더라도 기존 여객부두와 터미널 시설의 활용 방안을 관계 기관과 충분한 합의를 거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그해 12월 인천항 종합발전계획 수립 용역을 하면서 새 국제여객부두와 터미널 건설사업을 밀어붙였다. 5천805억 원을 투입해 크루즈 15만t급과 카페리 5만t급 각 1선석과 카페리 3만t급 6선석을 짓기로 하고 건설에 들어갔다. 국제여객터미널 1동(총면적 6만6천㎡)도 2019년까지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그 부작용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이용객 증가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당초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이용객은 2015년 108만1천 명에서 114만6천 명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 이용객은 81만3천409명이다.

인천항만공사(IPA)는 골든 하버 건설 계획을 세우면서 카페리를 이용하는 중국 관광객이 2020년 160만 명, 2030년에는 2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또한 ‘허수’일 개연성이 높다. 인천~중국 간 국제 여객선 항로는 10개 노선이다. 작게는 1만2천304t급에서 크게는 2만9천554t급 카페리선이 16시간에서 25시간을 운항한다. 인천~중국 간 항로 증설이 뒤따르지 않는 이상 이용객 수의 급격한 증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항로 증설도 쉽지 않다. 인천~중국 간 카페리 선사는 중국 자본에 넘어갔다. 기존 카페리 선사를 보호한다며 신규 시장 진입을 막고 있는 형편이다. 또 카페리 등 중소형 선사 보호 목적으로 컨테이너 기항지와 컨테이너 선박적재량(선복량)을 650TEU로 제한하고 있다.

인천항의 물동량 증가도 예상치를 빗나갔다. 지난해 인천내항의 물동량은 2천872만여t으로 하역능력(4천18만6천t)의 71.5%에 불과했다. 부두별 가동률은 여객터미널이 있는 1부두(106.15%)를 빼고, 39%(2부두)에서 74.1%(5부두)에 머물렀다. 북항도 821만1천t을 처리해 가동률 65.5%(하역능력 1천254만t)에 불과했다.

IPA는 인천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을 올해 261만TEU로 전망한다. 지난해 개장한 인천신항 6개 선석(하역능력 120만TEU)을 포함해 인천항 전체 컨테이너 하역 능력은 248만TEU 정도다. 인천신항에 추가로 컨테이너 부두 6개 선석을 늘릴 경우 남항의 카페리 부두 7개 선석은 그리 효용가치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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