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1시께 인천시 부평역 지하 분수대. 개찰구 앞인 이곳에는 폭염을 피해 내려온 시민부터 지하상가에 쇼핑을 하러 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붐비는 인파 속에 긴 막대기로 바닥을 헤집고 다니는 한 남성이 눈에 띈다. 안내봉의 두드림에 지나는 사람들은 이를 피하며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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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하면 넘어질 듯이 막대기에 의존해 휘청이며 걷는 이 남성은 1급 시각장애인 김모(66)씨다. 그는 매주 2회 정도 서울에 위치한 ‘산소망중도실명자선교회’를 오간다.

이날도 김 씨는 어김없이 교회가 위치한 서울 광나루역에서 자택인 부평구 삼산동까지 가기 위해 부평역 지하상가를 통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개찰구에서 김 씨가 가려는 버스정류장을 가려면 20번출구로 나가야 한다. 성인 도보로 5분도 채 안 걸리는 이 거리를 김 씨는 15분이 넘어서야 도착했다. 안내를 돕는 ‘점자블록’은커녕 안내보행을 돕는 사람들도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최근까지 이곳을 지날 때면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뜬금없이 "앞으로는 안내보행을 하기 힘들다"는 말을 사회복무요원에게서 전해들었다.

김 씨는 도움의 손길이 끊기자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의 도움으로 부평역무실에 안내보행 요청과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역무실에선 "사회복무요원이 어디까지 안내를 해 줘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도 없고, 운임구역인 1번∼7번출구까지만 안내보행을 돕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 씨는 "서울의 신길·광나루역에는 사회복무요원이 없으면 역 직원들이 나와서 도움을 주고 있어 무척 고맙다"며 "사실 일반 시민들의 도움도 많이 받긴 하지만 전철을 이용할 땐 상시 근무하는 역무원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부평역무실 관계자는 "너무 먼 거리를 안내해 주는 것이 힘들다는 사회복무요원의 건의사항으로 관련 규정을 알아보던 중 운임구역까지만 안내보행을 하도록 했다"며 "해당 지침과 규정을 알아본 뒤 지금보다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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