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관광이 성수기를 맞고 있으나 북한의 테러·납치 위협으로 인해 예년과 달리 한국인 방문객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중국 지린(吉林)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여행사들에 따르면 예년의 경우 백두산 관광에 적합한 여름철 하루 2천∼3천명 이상의 한국인 관광객이 연변주를 찾았으나 최근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하루 1만5천명 이상의 중국인·외국인 관광객이 백두산을 찾는 가운데 외국인의 80% 정도를 차지하던 한국인수가 줄어 관광업계도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연변주 옌지(延吉)시의 한 여행사는 "작년의 경우 최대 성수기인 7~8월을 앞두고 4월부터 관광문의 및 예약이 몰렸으나 올해는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며 "조선(북한)측이 한국 여행객에 대한 테러·납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결정적"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우리와 연계된 한국측 여행사 등에서 '관광을 가도 안전상의 문제가 없겠느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면서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 4월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의 탈출사건 이후 북한이 보복 차원에서 해외를 방문하는 한국민을 상대로 테러를 하기 위해 공작원들을 대거 파견했다는 소식에서 비롯됐다.

사건 직후부터 우리 정부는 백두산을 비롯해 북중 접경지역을 방문 또는 체류하는 우리 국민에 대한 납치·테러 등 위해 가능성을 제기하며 주의를 당부하고, 여행사들을 상대로 해외여행 상품 판매시 위험지역 방문 자제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이 참여하는 북중 접경지역 방문이 취소되고 이 지역으로 수학여행을 가려던 우리 초중고교가 일정을 수정하는 등 방문 자제 분위기가 확산됐다. 개별 여행객들도 접경지역 대신 방문지를 중국 내륙 등으로 변경했다.

특히 시도 교육청들은 북한과 인접한 백두산이 접경지역에서도 위험지역이라며 방문 자제 공문을 일선 학교에 잇달아 보냈다.

이처럼 한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백두산 관광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진의 여관, 민박 등 숙박시설에도 한국인 투숙객이 크게 줄었다.

얼다오바이허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조선족 리모(56) 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민박을 하려는 한국인 관광객을 하룻밤에 대여섯팀씩 맞았지만 올해는 절반도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백두산을 관할하는 주 선양(瀋陽) 대한민국총영사관은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우리 국민을 상대로 한 납치·테러 우려와 함께 북중 접경지역 방문 자제를 당부하는 공지사항을 한인회, 유학생회 등에 전달했다.

최근 백두산 관광이 연중 최대 성수기를 맞았으나 북한의 테러·납치 위협으로 인해 예년과 달리 한국인 방문객이 급감했다. 사진은 백두산 천지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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