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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돈 중소기업진흥공단 경기지역본부장
중소기업의 신제품 중 90% 가까이가 실패한다는 통계가 있다.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100개의 신제품 중 소위 ‘대박’이 나는 신제품은 단 하나에 불과하고, 9개는 겨우 수익을 내며 나머지 90개는 실패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오랜 기간의 개발과 막대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지만 예상과 달리 시장의 반응이 차가울 때가 많은데, 소비자가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성공적인 사업화를 위해서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몇 가지 생각해 보자.

 먼저 성공적인 사업화를 위해선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상 냉철한 평가와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회사가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따라 상품화를 하고 있다. 그러나 자사의 기술적 우수성에 대한 과도한 확신으로 목표 시장과 고객 니즈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 무조건 신제품 개발에 착수할 때가 많다. 즉, 신제품 아이디어에 대해 별다른 선별과정 없이 곧바로 개발에 착수하고, 시제품 완성 이후에야 비로소 양산 및 판매 계획을 세운다. 종종 기술개발만 완료되면 시장에서 먼저 찾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도 하지만,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 결국 우수한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판로를 찾지 못해 곤경에 처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따라서 개발 프로세스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는 각 단계별로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고 이에 근거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각 단계별로 일정 기준을 정해놓고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출시를 철회하거나 수정, 보완 결정을 과감히 해야 신상품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두 번째로, 고객 중심의 고객 창조 R&D로 승부해야 한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조사에 의하면 R&D 과제 수행 후 사업화를 진행했다가 중단한 원인으로 시장성 부족(시장 고객 니즈 변화)이 31.0%로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기업의 입장에서 ‘최고’가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최적’인 제품이 무엇인지를 읽는 통찰력이 사업화 성공률 제고에 핵심요소임을 말해주고 있다.

 제품혁신을 선도한다는 소명의식에 도취돼 소비자 여건이나 시장의 성숙도를 고려하지 않고 과속 경영을 감행하거나, 인프라가 미처 구비되지 않고 관련 시장도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대를 너무 앞서가는 혁신제품은 소비자에게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기술은 고객중심 R&D를 추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혁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내면에 감춰진 잠재 니즈를 찾아서 혁신적인 신제품으로 연결하는 고객창조 R&D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고객층을 만들고 고객 만족 수준을 넘어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 신제품 개발의 실패를 성공의 기회로 승화시키고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은 실패했던 신제품개발 사례를 정기적으로 분석하고, 교훈을 전사적으로 공유하고 학습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동일한 실패가 반복되고 매년 막대한 R&D 비용이 낭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신제품개발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정 연구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거나 책임을 묻지 않는 안전한 학습문화가 조직 내에 구축돼야 한다. 혼다자동차는 매년 제품개발 프로젝트에서 가장 처절한 실패를 한 연구원을 뽑아 ‘올해의 실패왕’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실패를 용인하는 수준을 넘어 두려움 없이 도전하도록 연구원들을 적극적으로 격려한다고 한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사업화의 성공이 중요하며, 중소기업들은 신제품 개발과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사업화를 위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중소기업이 보유한 우수 기술의 사장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기술의 사업화에 소요되는 생산설비, 원자재비용 등에 대해 기술사업성 및 기술가치 평가를 통해 신용 또는 특허 담보로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중소기업의 사업화 성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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