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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성 소설가
일전에 내가 몸담고 있는 여성단체에서 전국회원대회를 열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었고 직접 참여하는 코너도 있었다. 앞장서서 제안하고 이끄는 성향의 리더가 아니다 보니 어디에서나 조용한 구성원일 수밖에 없다. 이번 전국대회에서도 내 자리는 지지해주고 공감해 주는 역할로 몫을 했다. 돋보일 일도 지적 받을 일도 없는 일상처럼 여기서도 그만그만한 회원으로 자리를 지켰다.

 그래도 맺은 인연들은 필요한 사람이라고 내 손을 잡아 주고 추천해 주기에 부담이 없다며 초대를 한다. 그렇게 역할을 만들어 줘 인연이 되고 짧은 세월도 긴 세월도 쌓아가다 보니 인생길이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그 길을 동행하며 쌓은 연륜은 세상이 주는 울림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정현종 시인의「방문객」이라는 시가 있다. 마음에 울림을 주는 시인지라 세상과의 어떤 조우도 나에게 영향을 주는 일이라 심오하다는 생각을 품게 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님의「방문객」시의 全文을 다시 외워본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참석 회원 중 가장 연장자이신 1928년 生의 대선배는 인생의 참이 무엇인지 꼿꼿이 보여주셨고 연배와 후배의 어울림도 작은 인연으로 와서 큰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동질감이 생겨 마음 나누기가 훈훈했다.

 세상의 인연은 소홀하지 않다. 지난 연후에 생각해 보면 다소의 불편했던 감정도 전혀 가치 없어 버려질 것만은 아니다.

 방문객으로 내게 온 인연이 세상을 향한 한 발 내딛음에 용기를 주었고 의미를 만들어 주었듯이 누군가에게 방문객이 되고 될 나도 환대받는 인연이고 싶다.

 누구나 사는 동안 많은 이들을 만난다. 한 사람의 일생을 마주할 자세는 마음도 몸도 낮춰야 상대편이 주저하지 않을 것이고 희로애락을 겪은 방문객의 마음을 진솔하게 바라봐 주는 너그러움도 방문객을 맞이하는 사람이 갖출 덕목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온전한 환대를 해 줄 수 있는 내공은 개인의 몫이다.

 가장 순수한 마음을 동심이라고 한다. 문화예술 분야를 통합한 창작예술의 주제는 순수한 인간성 회복이다. 회복이란 말에는 사는 일이 버거워 차마 순수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이 들어 있다.

 오는 인연은 오는 인연대로 맞이하는 인연은 맞이하는 대로 서로에게 애잔했으면 좋겠다. 인연이 주는 여운은 사소하지 않아 미세혈관처럼 구석구석 산소를 공급해 인생을 살아 있게 만든다. 소소한 인연으로 왔지만 일생을 몸담게 돼 인생이 된 인연의 행사장에서 인연이 인생이 되는 소회를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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