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식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월식은 밤에 일어나요. 지구가 직접 가리진 않지만 지구가 가지고 있는 게 가려요. 뭘까? 그렇죠. 그림자에요. 지구의 그림자 뒤로 달이 들어가면 월식이 생기는 겁니다."

 PT(프리젠테이션)가 진행된 어두컴컴한 공간에 월식에 대한 강의를 듣는 초등학생들의 귀가 쫑긋하다. 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눈은 금방이라도 레이저를 쏠 태세다.

 언뜻 천문대처럼만 보이는 공간은 사실 도서관이다. 최근 찾은 과천시정보과학도서관으로, 시내 도처에 있는 그냥 흔한 도서관이 아니다. 도내 내륙에 위치한 과천시의 지리적 특성을 살려 그야말로 정보와 과학이 살아있다.

# 망원경으로 하늘 보는 즐거움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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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시정보과학도서관 옥상에는 천문대가 있다. 크게 천체 투영실과 천체 관측실로 나눠져 있는데, 나란히 2004년에 설치됐다. 천체 투영실(Planetarium Dome)은 실제 밤 하늘의 별자리와 천문 현상을 날씨와 시간에 관계없이 전천후로 재현하는 곳이다. 천문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별과 우주에 대해 다양한 주제로 교육한다. 앞서 초등학생들의 흥미를 이끈 곳도 바로 천체 투영실이다.

여기에는 천체 투영기(Pin-hole Type) 1조와 빔프로젝터(DLP) 1대, 노트북 컴퓨터 1대, 음향 장비 등이 들어 있다.

천체 관측실(Sliding Roof)은 투영실보다 전문적이다. 태양 관측용 망원경을 이용해 태양의 흑점 및 홍염 등을 관측하고, 태양광 실험 장비로 태양에너지에 대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또 다양한 천체 망원경으로 달·행성 등의 태양계 대상 심층 관측과 성운·성단·은하 관측 및 실습용 천체 망원경으로 망원경 조작 체험이 가능하다. 이 곳에는 천체망원경 18식, 쌍안경 4대, 홍염관측필터 1조 등이 있다.

과천시정보과학도서관 천문대는 개방돼 있지만 무턱대고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과천시정보과학도서관 과학문화팀 이효산 연구원은 "천문대 교육은 통상 2∼3개월 기간의 커리큘럼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미리 신청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분기에 한 번 정도는 그런 과정 없이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고 말했다.

# 집약된 드론 세상…호기심 천국

과천시정보과학도서관의 특징을 알려 주는 또 하나의 아이템이 있다. 요즘 소위 가장 ‘핫’한 ‘드론’으로, 과천시정보과학도서관은 지난 6월, 과천 관문체육공원에서 ‘과천 드론 데이(Drone Day)’를 성황리에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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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가장 인기를 끌었던 행사는 요란한 굉음과 함께 시속 140㎞의 빠른 속도로 비행하며 장애물을 통과하는 FPV 드론 레이싱 경기이다. 파란 하늘을 수놓으며 쏜살같이 달리는 박진감 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또 전국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미니 드론 레이싱 대회 역시 호기심 많은 학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밖에 야외 공간에서는 드론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드론 교육마당, 드론 체험마당, 드론 전시마당, 드론 영상마당이 운영돼 도서관이지만 정보과학이 집약된 드론 행사를 담았다는 평이다. 과천시정보과학도서관이 드론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드론 문화 확산을 위해 학생 또는 가족을 위한 ‘드론 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도 초등부터 중등까지의 드론 교실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또 드론을 모티브로 한 활동 외에도 정보과학을 품은 다양한 강좌와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 자연 풍광 열람실, 머릿속에 ‘쏙’

과천시정보과학도서관은 도서관의 모습으로도 단연 눈길을 끈다. 2002년 5월(과천시 중앙로 24(갈현동)) 개관한 도서관은 지상 4층(옥상 포함 5층), 지하 2층에 연면적 1만27㎡ 규모로 ‘열람실’로 상징되는 일반 도서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열람실의 경우 ‘정보과학’이라는 수식어 답게 책상 배치가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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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람실 가운데 배치된 책상도 있지만 창문을 따라 배열한 책상들은 자연광 속에 보기만 해도 책 속 내용이 머리 속에 쏙 들어 오게 만들었다. 창문 가림막도 나무로 돼 자연 느낌이다. 가장 먼저 자리가 차는 곳 역시 창문 앞에 배치된 책상이라는 게 도서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4층 구석 한편에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가족 열람실’이 있어 집안 마루에서 책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마저 안긴다. 4층에 자리한 ‘영상물 감상 코너’는 아예 ‘비디오 방’ 수준이다. 각각 헤드폰이 연결된 TV 앞에는 편안한 소파가 놓여 있고, 책장에는 아예 수천개의 DVD가 진열돼 있다.

3층에는 노트북 전용 좌석이 있고, 65세 이상 어르신이나 몸이 불편한 장애우를 위한 ‘나눔실’도 따로 있으며, 2층은 주로 강의실, 1층과 지하 1층은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독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또 열람실 각 층에는 눈에 띄는 추억의 전화부스와 같은 칸이 마련돼 있다. 이는 휴대전화가 오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통화를 할 수 있게 하는 편의 공간이다.

자세한 사항은 과천시정보과학도서관 홈페이지(http://www.gclib.go.kr)를 참조하면 된다. 문의 : (☎02-2150-3008).

# 천체 망원경의 역사와 원리

망원경은 1608년 네덜란드에 처음 발명됐다고 알려져 있지만, 당시에는 주로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됐고, 망원경을 이용해 처음으로 하늘을 관측한 사람은 유명한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1609년 자신이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하늘의 천체들을 관측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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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흑점, 달의 크레이터와 바다, 금성의 위상 변화, 목성과 목성의 위성, 토성의 고리, 수많은 별들의 모임은 은하수를 직접 관측하며 수많은 천문학적 발견을 했다. 또 금성의 위상 변화와 목성의 위성을 증거로 지동설이 옳은 이론임을 주장했다. 갈릴레이가 만든 망원경은 볼록렌즈 하나를 물체 쪽에 놓고 오목렌즈 하나를 눈 쪽으로 배열한 방식의 망원경이다. 빛이 굴절하는 성질을 이용해 만든 망원경이라 ‘굴절 망원경’이라 불리운다. ‘갈릴레이식 굴절 망원경’으로도 분류된다. 이후 ‘행성 운동의 3법칙’을 발견한 요하네스 케플러는 기존의 갈릴레이식 망원경이 불편해서 물체 쪽의 볼록렌즈는 그대로 둔 채 눈 쪽의 렌즈를 오목렌즈 대신 볼록렌즈로 바꾼 ‘케플러식 굴절 망원경’을 만들었다. 케플러식 굴절 망원경은 물체가 거꾸로 보이는 단점이 있으나, 갈릴레이식 망원경보다 배율도 높게 바꿀 수 있고 훨씬 선명하게 보여 현존하는 거의 대부분의 굴절 망원경은 ‘케플러식 굴절 망원경’의 응용이다.

하지만 굴절 망원경은 태생이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색수차’라는 문제였다. 이는 간단히 말해 실제 눈으로 보는 색과 망원경으로 볼 때의 색의 차이인데, 이를 극복한 것이 ‘아이작 뉴턴’이 발명한 망원경이다.

뉴턴은 렌즈를 통과하는 빛이 색수차를 발생시키므로 빛이 렌즈를 통과하지 않는 방식을 고민하다 오목 거울을 이용해 빛을 모으는 ‘반사 망원경’을 개발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많은 종류의 망원경이 개발됐으나 대부분 ‘굴절 망원경’과 ‘반사 망원경’의 테두리 안에서 개발되고 있다. 굴절 망원경의 장점과 반사 망원경의 장점을 합친 ‘반사-굴절 망원경’도 개발됐으며, 현재 시중에는 구경 16인치(약40㎝)까지만 구입이 가능하고 이 보다 큰 망원경은 반사망원경으로만 제작되고 있다.

(도움말=과천시정보과학도서관 과학문화팀 이효산 연구원)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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